팀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팀원 개개인의 고유한 강점을 결합해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하게 하는 ‘슈퍼 퍼실리테이터’가 필요하다. 20년 동안 4번이나 이적하면서 매번 본인이 몸담은 팀이 2년 내 역대 최고의 성적을 달성하게 한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크리스 폴이 대표적인 슈퍼 퍼실리테이터다.
전통적인 리더십과 혁신 모델은 개인의 탁월성을 강조한다. 혁신을 혼자만의 노력의 산물, 지적 산봉우리에 오르는 외로운 등반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리더가 답습하면 조직의 관행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2019년 캐럴 드웩 스탠퍼드대 교수와 연구진이 포천 500대 기업의 433개 미션 선언문과 기업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의 평가 등급을 분석한 결과, 개인의 탁월성에 집중하고 ‘천재의 문화’를 강조하는 기업일수록 더 낮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속 연구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협력, 신뢰, 정직성 등에서도 약점을 보였다.
이처럼 뛰어난 팀이 꼭 뛰어난 개인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각자의 역량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조직하는 ‘메타 재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더 나은 성과를 낸다. 슈퍼 퍼실리테이터는 바로 이런 강점을 가진 사람이다. 즉, 이들은 신뢰를 구축하고 균형 있는 참여를 촉진하며 다른 사람의 강점을 증폭시켜 팀이 집단 지능을 발휘하게 한다. 공감적 협업, 포용적 소통, 공정한 주의력 분배를 통해 팀을 응집력 있는 고기능 단위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메가 스튜디오인 픽사는 슈퍼 퍼실리테이션을 잘 활용해 협업과 창의성을 촉진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픽사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감독, 작가, 창작자 등 전문 기술과 창의력을 갖춘 수백 명을 한데 모으는 회의 시스템 ‘브레인 트러스트’를 운영한다. 이 제도하에서는 새로운 시나리오가 제출될 때마다 팀원들이 수평적으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제작 과정에서 생긴 어려움에 대해 의견을 공유한다. 공식 권한도 없고, 촉매 작용을 하는 질문과 호기심 어린 표현들만 수시로 오갈 뿐이다. 실제로 이 제도는 집단 지능을 촉발하는 데 효과를 발휘해 왔다.
다행인 것은 슈퍼 퍼실리테이션이 개인이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이다. 누구나 브레인 트러스트의 사례 등을 잘 참고하면 팀의 탁월성을 높일 수 있다. 첫째, ‘차이는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팀원들이 서로의 강점을 배우도록 독려해야 한다. 둘째,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며 말과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셋째, 공을 계속 돌리면서 내향적인 사람들도 의견을 내고 모두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슈퍼 퍼실리테이터의 역량을 강화하면 팀의 협력을 증진하고 개인이 혼자 해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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