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자사주 소각 의무화, 주가부양 도움 안돼… 경영권도 위협”

  • 동아일보

코멘트

정부-여당 “내달 입법 추진” 밝히자… 상의 ‘문제점 연구’ 보고서로 반박
“자사주 활용 줄며 취득유인 감소… 국내기업 경영권 방어수단 사라져
주요국 ‘자율 보유’ 추세에도 역행”

정부와 여당이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기업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재계 반발이 거세다. 정부 여당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소액주주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재계에선 자사주 소각이 장기적인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영권 위협 상황만 늘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문제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이 기업 경영과 자본시장에 심각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우선 자사주 매입이 단기, 장기적으로 주가를 떠받쳐 왔는데 매입 후 소각이 의무화되면 이런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이후 단기(1∼5일) 수익률은 시장 대비 최대 3.8%포인트, 6∼12개월 장기 수익률은 11.2∼47.9%포인트 높았다.

대한상의는 “자사주 취득은 시장에 주가 저평가 신호로, 주가 상승에 대한 주주의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임직원 보상, 자금 조달 등 다양한 용도로 쓰던 자사주의 활용 범위가 줄어들어 취득 요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꾸준히 주가를 떠받쳐온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해외 주요국 가운데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의무화한 국가가 드물다는 점도 지적했다. 영국과 일본, 미국 델라웨어주와 뉴욕주 등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보유 및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독일은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3년 이내 처분 의무를 두고 있다. 대한상의는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면 인수합병(M&A)이 필요한 석유화학업종 등 산업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가 지난달 국회에서 개최한 ‘자사주 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자사주를 과도하게 보유했다가 경영권에 문제가 있을 때 우호 세력에 싼값에 넘겨 주가가 하락하는 폐해를 방지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상의는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인 자기주식을 의무 소각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명문화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측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3%룰’과 대형 상장사의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상황에서 자사주 소각까지 의무화할 경우 외국계 헤지펀드의 한국 공격이 늘어날 것이란 주장이다.

#자사주 소각#상법개정안#기업 경영#주가 부양#자본시장#경영권 위협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