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결실 맺었다’ 정관장 이상기후 대응 신품종 ‘선일’ 첫 수확 성공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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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강원 홍천군 화촌면의 한 인삼밭에서 굵직한 수삼들이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올여름 강원 지역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마다 땅 속에서 6년근 인삼이 수북이 쌓였다. 이날 수확에 나선 심광식(41)씨는 “인삼은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최근 이상기후로 재배여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수확이 저조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선일’ 품종을 심은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수확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정관장이 개발한 신품종 ‘선일’의 첫 수확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선일은 KGC인삼공사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내고온성 인삼품종으로, 2001년부터 연구개발에 착수해 약 20년간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었다. 이 품종은 잎의 각피(입 표면을 덮고 있는 보호막)가 두껍고 수분 증발이 적어 고온에서 잎이 타버려 인삼 생장이 멈추는 ‘엽소’ 현상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일의 엽소율은 3.9%로 기존 품종(자경종) 대비 10%포인트 가량 낮다.

현재 전북 고창과 강원 횡성·홍천 지역 일대 5만㎡ 규모 인삼밭에 선일이 보급됐다. KGC인삼공사 연구진은 이 지역 농가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종자 순도 유지와 생육 상태를 점검하고 재배 기술을 지도하고 있다.


신품종 개발에 참여한 이준수 KGC인삼공사 연구개발(R&D)본부 책임연구원은 “인삼 품종 연구는 재배지 준비부터 수확까지 최소 10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소요된다”며 “오랜 기간 쌓아온 연구역량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후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품종 개발뿐만 아니라 해가림 시설, 스마트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KGC인삼공사는 1970년대부터 우수한 인삼 품종 개발에 착수해 현재까지 17종의 품종을 보유 중이다. 국내 신품종 등록 1호인 ‘천풍’은 체형이 우수해 최고등급 인삼의 생출률이 높다. ‘연풍’은 생산량이 높은 품종이고, ‘선명’은 선일처럼 지구온난화 등 이상기후에 대응한 내고온성 품종이다. 특히 몸통 길이인 ‘지상부’가 짧은 선명은 강한 바람에도 굳세게 버텨 태풍 피해가 잦은 남부지역 경작인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 ‘선일’을, 2019년에는 ‘선명’을 국립종자원에 등록했다.

KGC인삼공사가 올해 수확 예정인 인삼밭의 면적은 약 1141ha(헥타르)로 축구장 크기의 약 1598배에 달한다. 정관장은 품종 개발 외에도 8년 간의 연구를 통해 ‘소형터널식’ 해가림 시설을 자체 개발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 시설은 기존 경사식 해가림 시설보다 설치가 쉽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토지 이용률을 약 20% 향상시킨다. 투광율이 기존 해가림시설보다 2배 높고, 빗물의 누수를 막아 병해충 발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수한 체형의 인삼 재배가 가능하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향후에도 우수한 품종과 과학적 영농방법을 꾸준히 개발해 인삼 농가 생산성 증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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