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미스지콜렉션 지춘희 디자이너
“난해한 옷보다 입었을 때 최상돼야
新콜렉션서 꽃이 주는 행복감 표현
재난-침체 겪는 사회에 위로됐으면
유통채널과 색다른 협업 가능할 것”
“좋은 옷은 입어서 편하고, 사람이 입었을 때 더 빛이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12일 서울 성동구 미스지콜렉션 사무실에서 만난 지춘희 디자이너(71)는 패션 철학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국내 대표적 1세대 패션 디자이너로 반세기 가까이 패션 업계에 몸담고 있는 그는 22일 미스지콜렉션 2026 봄여름(SS) 시즌 공개를 앞두고 있다. 그는 “옷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입어야 하고, 삶 속에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옷을 난해하게 만들기보다는 입었을 때 최상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12일 서울 성동구 미스지콜렉션 사무실에서 만난 지춘희 디자이너는 “오랜 시간 브랜드와 함께해 준 고객들을 만나면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고맙다”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고급스러운 ‘청담동 며느리 패션’으로 주목
지 디자이너는 1976년 서울 명동에 ‘지 의상실’을 내며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편안한 착용감으로 주목받았다. 1980년 서울 조선호텔에서 현재의 이름인 ‘미스지콜렉션’이라는 패션쇼를 열며 이른바 ‘청담동 며느리 패션’으로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 ‘불꽃’과 ‘청춘의 덫’에서 각각 배우 이영애와 심은하가 입은 옷으로도 유명하다. 단아하고 여성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의상은 ‘청담동 며느리룩’이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었다. 현재 미스지콜렉션은 지 디자이너와 딸인 지진희 공동대표가 함께 운영해 나가고 있다.
2026 SS 컬렉션 ‘블루밍 시즌’은 ‘봄의 정원’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그는 패션은 ‘사회 현상’인 만큼 지난해부터 잇따른 사회 재난과 내수 침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 등으로부터 사람들을 위로하는 ‘행복함’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꽃은 있는 모습 그 자체로 사람에게 이유 없는 행복을 주는 존재이지 않냐”며 “정원에 가득한 꽃을 보며 느낄 수 있는 행복함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전달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스지콜렉션의 강점을 ‘여성이 지닌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의류의 소재다. 그는 “밥을 지을 때 재료가 좋아야 하듯 옷을 만들 때 소재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소재로 인한 아주 작은 차이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섬세한 것들을 신경 쓰는 편”이라고 했다.
● “유통 채널과의 협업, 열려 있어”
지 디자이너는 최근 한국 패션 산업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K만 들어가면 다 성공하는 시대가 됐는데 그중 가장 미흡한 것이 K패션”이라며 “조금 더 빛이 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국내 패션 업계의 가장 큰 문제로는 봉제산업의 쇠퇴를 꼽았다. 그는 “지금 국내에는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없다. 디자인을 해도 만들어낼 사람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며 “미스지콜렉션 한국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나이가 드셔서 앞으로 어찌 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2018년에 선보인 라이선스 브랜드 ‘지스튜디오’ 제품들의 전반적인 색상이나 디자인을 검수하며 적극 협업하고 있다. 그는 “홈쇼핑 진출 결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당시 담당 MD가 굉장히 성의를 다했고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옷을 입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맞아떨어졌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대량으로 원가를 낮춰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향후 목표에 대해서는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재밌는 일을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에 대해 열려 있다”며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과 다르게 옷을 표현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있다면 협업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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