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주담대 깐깐해진다…은행 신규공급 27조원 감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9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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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위험가중치 하한선 올리기로
“벤처기업 등 생산적 투자로 자금 유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9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에 쏠리는 자금을 생산적인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금융권의 자본 규제를 손질한다. 금융권이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벤처기업, 모험자본 등에 적극 투자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9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주재하며 “금융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야 할 때”라며 “정책금융·금융회사·자본시장 등 3대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금융권 자금의 부동산 쏠림을 완화해 기업대출 여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은행권이 신규 취급하는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이 현행 15%에서 20%로 상향 조정된다. 위험가중치란 은행권의 대출·투자 자산 위험도를 측정한 것으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잠재적 손실을 추산하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지표다.

주담대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은행권의 내년 주담대 신규 공급액은 올해보다 27조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연간 신규 주담대 공급액(약 275조 원)의 10%가량을 줄여야 현재 수준의 자본 건전성(보통주 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참석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영동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생잔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9.19 (서울=뉴스1)
반면 은행권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글로벌 수준으로 개선된다. 현재 은행들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원칙적으로 400%인데 앞으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인 250%가 적용된다. 다만 3년 이내 단기매매 목적, 벤처캐피털 등의 경우 예외적으로 기존(400%) 기준이 적용된다.

금융위는 이 같은 위험가중치 조정을 통해 은행권의 기업 투자 여력이 31조6000억 원가량 확대될 것이라 추산했다. 금융위는 이런 개선안이 포함된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을 내년 1분기(1~3월) 중 개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의 도입, 확산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행보다. 이 대통령은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증권사 임원진들을 만나 “아주 근본적으로는 생산적 금융(이 중요한 과제)”이라며 “우리나라에 돈은 많이 생겼는데 이게 부동산 투자와 투기에 집중된 측면이 있어 국가 경제를 매우 불안정하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해 올 12월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출범시켜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미래차 등 전략 산업과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 원과 민간·국민·금융권 자금 75조 원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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