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2025 파주페어 북앤컬처(주최·주관(재)출판도시문화재단)’는 올해로 두 번째를 맞으며 책과 다양한 문화예술이 만나는 새로운 실험을 이어간다. 이 행사는 출판사와 서점, 작가와 독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대형 책 축제이자 책을 원천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워 출판도시를 거대한 무대로 바꾸는 복합 문화예술 축제다.
‘2024 파주페어 북앤컬처’ 개막 공연 ‘Books Alive!’ 모습. 오만석, 손준호, 김소현 배우 등이 출연해 뮤지컬 갈라 콘서트를 펼쳤다. 파주페어 북앤컬처 제공오는 10월 2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책을 다채로운 형태로 재탄생시켜 독자와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책을 읽는’ 축제에서 ‘책을 체험하는’ 축제로의 진화를 보여줄 예정이다.
공연예술로 확장된 무대
파주페어 북앤컬처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책을 기반으로 한 공연예술 무대다.
‘그린스테이지’의 문을 여는 ‘이야기가 있는 뮤지컬 콘서트-BOOKS ALIVE!’에서는 뮤지컬 배우 최정원, 홍지민, 이건명, 오만석 등이 출연해 유명 뮤지컬 넘버 메들리 콘서트가 열린다. 2일 차에는 어린이와 가족 관객들을 위해 미국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알사탕’을 원작으로 한 가족 뮤지컬 ‘알사탕’이 준비돼 있다. 마지막 날에는 음악가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김창완이 관객들과 노래뿐 아니라 삶과 상상력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블루스테이지’에서는 배우와 성우가 함께하는 낭독 공연이 진행된다. △이원종 배우의 ‘어느 고독한 농부의 편지’(이동호 저) △전문낭독집단 북텔러리스트의 ‘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정마리 외 저)과 ‘밀지 마세요, 사람 탑니다’(전건우 외 저) △양소민 배우의 ‘등에 불을 지고’(김혜빈 저) △이윤지 배우의 ‘re, 셸리’(이정연 저) △한국성우협회 소속 성우들로 구성된 ‘성우사랑’의 ‘윤동주 서거 80주기 기념 시 낭송회’ 등 몰입감 있는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출판 콘텐츠의 확장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연결하는 플랫폼
해외 진출을 꿈꾸는 공연예술 단체를 위한 ‘프린지 쇼케이스’도 주목할 만한 볼거리다. 도서를 원작으로 한 연극, 무용, 비언어극, 마임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선정된 10편의 작품이 쇼케이스 형식으로 무대에 오른다. 올해 선정된 작품은 △더 하모닉스 ‘바운드리스’ △팀 스푸마토 ‘13층 : 함께 무너지기’ △극단즐겨찾기 ‘개굴개굴 고래고래’ △크리에이티브 허브 모임 ‘악몽의 역사’ △고집센아이 컴퍼니 ‘나무늘보 릴렉스’ △콜렉티브 엑스테라토리얼 ‘프로메테우스.exe’ △발광엔터테인먼트 ‘쌈구경가자!’ △요노컴퍼니 ‘올댓리듬’ △입과손스튜디오 ‘긴긴밤’ △공연창작집단사람 ‘숨(SU:M)’이다. 이 중 최종 심사를 통해 선정된 우수작 2편에는 해외 공연을 위한 항공료와 최대 3000만 원의 홍보 마케팅 비용이 지원된다.
또한 출판과 영상,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제작 현장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출판사와 프로듀서가 직접 만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네트워킹·비즈니스 미팅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출판사와 프로듀서가 미팅을 통해 원천 스토리 발굴, 공동 기획, 2차 저작권 활용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출판 콘텐츠의 확장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판도시를 채우는 책과 예술의 축제
파주페어 북앤컬처의 근간은 2011년부터 매년 이어져 온 책 축제 ‘파주북소리’다. 올해 파주북소리의 주제는 ‘책이 없는 세상’이다. ‘책이 사라진 자리에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기획이 시작됐다.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다목적홀 및 대회의실에서 펼쳐지는 ‘한 권 마켓-세상 끝의 서점’에는 100여 개 출판사가 참가한다. 각 출판사는 단 한 권의 대표 도서만 직접 큐레이션하고 믿고 읽을 수 있는 타 출판사의 책 한 권을 함께 추천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운영된다. 또 출판도시를 상징하는 명소 ‘지혜의숲’은 ‘책이 없는 서가’ 주제 전시로 꾸며진다. 유명 작가들이 상상해 쓴 세상에 아직 없는 ‘가짜 책’ 엽서 12종을 찾는 관객 참여형 이벤트로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예정이다.
두 권의 테마북도 공개된다. ‘책이 없는 세상’이라는 파격적인 상상력 아래 김초엽 작가, 듀나 작가, 김동식 작가, 이다희 시인, 이정모 과학 커뮤니케이터, 장은수 평론가, 전병근 지식 큐레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출판계 굿즈 트렌드를 조명하는 굿즈 레퍼런스 북 ‘굿즈주의보’ 발간, 인생 최고의 독자·서점에게 주고 싶은 ‘이 멋진 독자 상, 이 멋진 서점 상’, 북튜버 겨울서점 등 유명 북셀럽이 출연하는 북토크 프로그램, 독자들이 직접 꾸며보는 공유서가 등 출판사와 독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다채롭게 진행된다.
출판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글로벌 축제로
파주페어 북앤컬처는 책을 소재로 한 다양한 2차 콘텐츠를 선보이고 시민들과 함께 향유하며 파주출판도시만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판사와 작가, 예술가,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이 축제는 단순한 책 행사를 넘어 국내 최초의 복합 문화예술 축제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재)출판도시문화재단 강성민 이사장은 “파주페어 북앤컬처는 출판과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의 융합이라는 독창적 모델을 통해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앞으로도 파주출판도시를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책-공연 연결해 세계로 콘텐츠 확장”
[인터뷰] 송승환 파주페어 북앤컬처 총감독
2025 파주페어 북앤컬처 총감독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맡았던 배우 송승환 씨(사진)다. 송 총감독에게 행사 취지와 각오를 들어봤다.
―파주페어 북앤컬처 축제를 총괄하게 된 계기와 목표는 무엇인가?
“파주는 300여 곳의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모여 있는 도시다. 나는 책이야말로 모든 콘텐츠의 원천 소스라고 생각한다. 그 원천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연·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바람과 의지가 파주페어 북앤컬처의 출발점이다.”
―올해 2회째인데 새롭게 강화하거나 시도한 부분은 어떤 것인가?
“책을 원천으로 하는 축제인 만큼 북마켓을 더 활성화했다. 프린지 공연을 8편에서 10편으로 늘렸다. 낭독 공연을 연간 프로그램으로 확장해 책과 독자의 거리를 조금 더 좁히려고 한다. 특히 올해는 국내 연극·뮤지컬 제작사 모임인 한국프로듀서연합과 출판사들이 만나 원작을 무대로 발전시킬 수 있는 매칭 행사를 처음 연다. 책과 공연이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감독님에게 책은 어떤 의미를 갖나?
“나는 초등학교 때 읽었던 명작 동화를 지금도 공연의 원천으로 삼는다. ‘정글북’ ‘호두까기 인형’ 같은 작품을 다시 무대에 올려 어린이와 가족에게 보여주고 있다. 내게 책은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니라 평생 이어지는 창작의 모티브다.”
―세계적 흥행작 ‘난타’를 만든 경험이 이번 축제와도 연결되는지….
“맞다. 난타가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주목받았듯이 파주페어 북앤컬처도 세계로 향하길 바란다. 매년 프린지 쇼케이스에서 우수작 2편을 선정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가 나와야만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파주페어 북앤컬처의 궁극적 목표는?
“축제의 중요한 기능은 ‘문화적 일탈’, 즉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책과 멀어진 세대가 다시 책과 가까워지고, 책을 기반으로 한 공연을 즐기며, 세계로 이어지는 콘텐츠 개발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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