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서 씨앗 지키고 식물 보전… 생물다양성 가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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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전남 담양에 문을 연 국립정원문화원. 산림청 제공
전남 담양에 문을 연 국립정원문화원. 산림청 제공
도심에서 벗어나 수목원을 찾는 사람들은 잠시 숨을 고르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숲의 표정을 느끼며 위로를 얻는다. 수목원은 다양한 식물을 감상하는 공간으로만 알려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역할과 위상이 확장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고 생물다양성 손실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수목원은 국가가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기반 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그 중요성은 점점 더 분명해진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10년 심각한 위험 가운데 하나로 ‘기후 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를 지목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변화로 무등풀, 파초일엽 같은 자생식물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으며 구상나무, 분비나무 등 고산 침엽수의 쇠퇴도 확인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목원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의 ‘큐가든’은 식물분류학과 보존 연구의 국제적 거점이자 종자은행을 통해 기후 대응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 ‘미주리식물원’은 시민 과학 프로그램으로 대중의 참여를 이끌고 독일은 소규모 수목원들을 통해 지역 생태계의 균형을 지켜낸다. 이처럼 각국은 수목원을 연구·보전·교육·산업·관광이 합쳐진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왔다.

국내에서도 수목원은 희귀 식물 보전과 종자 수집, 생태 복원 연구의 중심이자 국민에게 생물다양성 가치를 알리는 교육 현장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사립 수목원이 갖춘 지역성·창의성은 공공과의 협력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산림청은 수목원의 가능성을 실제 정책으로 뒷받침하고자 ‘제5차 수목원진흥 기본계획(2024년∼2028년)’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가고 있다. 사라져가는 멸종위기·특산 식물을 지키기 위해 전국 국·공·사립 수목원을 아우르는 분포 정보 기초 자료(DB)를 구축하고 중복 보전 체계를 마련한다. 또한 국가 차원의 희귀·특산 식물 보전기관 40곳을 지정·운영하고 ‘국가 희귀식물지수(RLI)’를 산출해 멸종 위험도를 과학적으로 관리한다.

현장 중심의 보전 노력도 강화된다. 비무장지대(DMZ) 일원과 해안·도서, 산림습원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을 집중 발굴·보호하고 열화상 드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풍혈과 기후 피난처를 찾아내는 작업도 추진한다. 풍혈은 여름에도 지하에서 찬 공기가 흘러나오는 독특한 지형으로 일반 산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특산 식물과 기후변화 민감종이 살아가는 특별한 서식처다. 이와 함께 국립수목원에 ‘자생식물 인증센터’를 설립해 산림 복원용 식물의 품질을 검증하고 권역별 공급센터(6곳)를 통해 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로 자생식물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한다는 복안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수목원에서 씨앗을 지키고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숲을 회복하는 일은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지난 18일 전남 담양군 금성면에 ‘국립정원문화원’을 개원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날 개원식에는 이개호 국회의원, 김정섭 전남도 환경산림국장, 정철원 담양군수 등을 비롯해 200여 명이 참석했다.

국립정원문화원은 정원 관련 최초의 국립 기관으로 지난 2021년 산림청과 담양군,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업무 협약을 맺고 4년간의 조성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준공했다. 축구장 10개 넓이인 7㏊ 규모로 생활정원, 문화정원, K-가든, 소재정원 등 4개의 정원 지구에 15개 주제 정원으로 구성됐다. 방문자센터, 교육 연수동, 실습 재배 온실 등의 교육 시설과 기획 전시에 활용할 수 있는 갤러리 온실과 한옥 쉼터 등을 갖추고 있다.

지난 5월 임시 개원한 이래 취미 및 정원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편 정원과 연계한 관광, 치유, 체험 및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해 6만5000명이 다녀가며 정원 문화 진흥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K-가든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해 전 세계에 한국 정원 문화를 확산시키는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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