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나온 카메라, 곡선으로 소화
1800만 화소 AI 전면 카메라 신기
팔 뻗으면 촬영방향-시야각 자동조절
에어팟 프로3, 고개 흔들어도 안빠져
애플이 10일 공개한 두께 약 5.6mm, 역대 가장 얇은 아이폰인 ‘아이폰 에어’를 사용해 봤다. 처음 제품을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손맛’과 눈을 즐겁게 하는 매끄러운 후면 디자인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장점이었다. 이번 시리즈에 적용된 고화질 전면 카메라와 ‘듀얼 동영상 촬영’ 기능 등은 일상을 기록하기에 제격이었다. 다만 자체 인공지능(AI) 기능 ‘애플 인텔리전스’는 차별화된 장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아이폰 에어는 두께가 5.6mm로 역대 가장 얇은 아이폰이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실물로 만난 아이폰 에어는 얇고 넓적하고 가벼웠다. 가로 74.7mm, 세로 156.2mm에 두께가 5.64mm이며, 무게는 165g에 불과하다. 대각선 길이 16.6cm짜리 디스플레이로, 성인 여성이 한 손으로 쥐고 다니기 편했다. 아이폰 에어 전용으로 출시된 얇은 보조 배터리를 후면에 붙이거나, 맥세이프 카드 지갑을 후면에 붙여도 구형 모델들보다 무게가 가볍고 두께가 얇았다. 애플이 맥북과 아이패드에 이어 아이폰에 ‘에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런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너무 얇아서 ‘금세 파손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됐다. 그러나 아이폰 에어는 전면에 세라믹 실드2 글라스를, 후면에도 세라믹 실드 글라스를 사용하면서 이전 아이폰 시리즈보다 내구성이 강해졌다. 케이스를 씌우지 않고 가방이나 청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지만 스크래치 등이 생기지는 않았다. 앞서 애플이 공개한 내구성 실험 영상에서 아이폰 에어는 약 58kg의 압력을 가했을 때 잠시 구부러졌다가 곧 원래 형태로 복원됐다.
카메라 부분이 길쭉하게 튀어나와 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아이폰 에어의 뒷면은 군더더기 없는 곡선으로 매끈하게 정돈돼 있었다. 손으로 후면을 쓰다듬었을 때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형태)가 거슬리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된 느낌을 줬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 시리즈부터 카툭튀를 오히려 디자인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튀어나온 카메라 모듈 근처를 가로로 넓게 감싸고, 이 영역에 ‘플래토’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이폰 에어는 플래토 영역에 부품을 몰아넣어 본체를 얇게 만들고 배터리 용량을 확보했다.
18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 성능은 이번 아이폰 신제품 시리즈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전면 카메라로 사진 촬영을 할 때, 기기를 가로로 눕히는 등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아도 인공지능(AI)이 촬영 시야각을 넓히거나 촬영 방향을 세로에서 가로로 전환해 준다. 4년 전 출시된 구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인 기자 입장에서 가장 신기한 기능이었다.
전면 카메라로 ‘셀카’를 찍을 때, 찍는 대상과의 거리를 AI로 인식해 사진 배율을 조정해 준다. 혼자서 사진을 찍을 때는 기존 아이폰 모델들처럼 세로로 찍히고, 여럿이 찍을 때는 기기를 세로로 들고 있어도 자동으로 모든 사람이 사진에 들어올 수 있도록 가로로 사진이 찍힌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실제 아이폰 에어를 세로로 들고 혼자 ‘셀카’를 찍다 3명의 친구를 사진에 담고 싶어 팔을 뻗었더니, 아이폰이 자동으로 이들을 인식하고 촬영 방향을 가로로 바꿨다. 스마트폰과 인물들의 거리가 가까웠음에도 촬영 방향 조절 덕에 사진 속에 친구들의 얼굴이 모두 담겼다. 또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뛰면서 셀프 동영상을 촬영해 봤는데 흔들림이 무척 작았다.
전면과 후면 카메라를 동시에 활성화시켜 자신의 얼굴과 배경 영상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듀얼 캡처 비디오’ 기능이 새로 생겼다. 가령 후면 카메라로는 현장을 기록하고, 이를 보는 자신의 표정까지 담아 한 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들이 ‘리액션 비디오’를 촬영할 때 활용하기에 제격인 기능으로 보였다.
다만 뛰어난 디자인과 손맛, 우수한 사진 촬영 기능에 비해 AI 혁신은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구글 등이 AI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의 편의성 증진을 하드웨어 개선에만 기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또 아이폰과 함께 사용해 본 신제품 에어팟 프로3는 ‘귀에 착 달라붙는다’는 느낌을 줬다. 에어팟 프로3를 끼고 고개를 상하좌우로 세차게 흔들고 점프를 해도 귓바퀴에 머물러 있었다. 격렬한 움직임에도 쉽게 빠지지 않아 기존 사용자들의 불만이었던 분실 우려를 크게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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