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
한계기업 비중 14년만에 최고치… 석유화학-전자 등 제조업 위기 탓
‘6·27’ 10주 후 집값 상승률 0.1%… 文-尹정부 시절 0.03%보다 높아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 세계적 공급 과잉으로 위기를 겪는 제조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집값 상승세는 6·27 가계대출 대책 이후 둔화했지만 과거 정부의 주요 대책이 나왔을 때보다 둔화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외부감사 기업 중에서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을 밑돈 한계기업 비중은 17.1%다. 1년 전에 비해 0.7%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11.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기업의 재무 상태가 부실해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다. 한계기업이 늘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2023년 17.4%에서 지난해 18.0%로 0.6%포인트,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12.5%에서 13.7%로 1.2%포인트 늘었다. 1년 만에 한계기업에서 정상기업으로 회복된 기업 비중은 2023년 16.3%였지만 지난해에는 12.8%로 줄었다. 기업의 재무위기가 개선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적 부진과 과다 차입으로 부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한계기업’ 비중도 2023년 5.5%에서 지난해 7.0%로 뛰었다. 한계기업 비중은 업종별로 봤을 때 부동산(39.4%), 숙박·음식(28.8%) 순으로 높았다.
한계기업이 증가한 이유는 석유화학, 전기·전자 분야를 중심으로 제조업이 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년과 비교했을 때 한계기업 비중 상승 폭이 높은 분야는 부동산(34.5→39.4%), 정보통신(17.3→20.8%), 석유화학(10.1→11.1%), 전기·전자(14.2→15.4%) 등이었다.
자영업자 취약차주(저소득 또는 저신용 다중채무자) 비중은 2022년 하반기(7∼12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6월 말 차주 수 기준 14.2%, 대출 기준 12.2%에 달했다.
● 6·27 대책 이후 집값 상승률 과거보다 높아
한편 한은은 정부의 ‘6·27 가계대출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이 줄었지만, 과거 정부의 주요 대책과 비교해 상승률 둔화 정도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6·27 대책 발표 후 10주가 지난 시점의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약 0.1%였다. 앞서 주요 대책이 발표된 2017∼2020년, 2024년 매매가격 상승률이 평균 0.03%였던 점과 비교하면 이번 6·27 대책 이후 상승률이 높은 편이다.
한은은 수도권 집값 상승 기대 등으로 앞으로 금융 불균형이 다시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장기 관점에서 금융취약성지수(FVI)도 6월 말 32.6으로 3월 말(31.1)보다 높아졌다. 금융 불균형이란 금융자산 가격이 상승하거나 빚이 급증해 금융 불안이 심화되고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주택가격 상승세 확산과 여타 지역 전이 등은 중요하게 고려되는 부분”이라며 “필요하다면 당연히 추가 대책을 정부와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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