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현장, 미래를 열다] (의)아인의료재단 아인병원
‘7mm 구멍’으로 척추 질환 치료… ‘단일공 내시경’ 수술 세계가 주목
경추내시경학회 온 외국 의사에… 임강택 원장 수술 장면 ‘생중계’
올해 설립 재생의료 임상연구소… 파킨슨병 등 줄기세포 치료 연구
검진-난임센터에 ‘AI 기술’ 접목
세계 각국 의료진이 참관하는 가운데 임강택 원장이 개발한 단일공 척추 내시경 기구를 이용한 수술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아인병원 제공
초고령사회로의 급속한 진입과 의료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맞물리면서 한국 의료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특히 ‘K-의료’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최소 침습 수술과 정밀 의료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의)아인의료재단 아인병원이 혁신적인 의료 기술과 환자 중심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세계 23개국에서 150명의 의료진이 모인 ‘제1회 세계경추내시경학회’는 K-의료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는 상징적 전환점이 됐다.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아인병원 전경.1993년 작은 산부인과의원으로 시작한 아인병원의 여정은 한국 의료 발전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오익환 이사장이 ‘오익환 산부인과’라는 간판을 걸고 첫 진료를 시작한 지 30여 년. 이제 18개 진료과, 23개 세부 분과, 290병상을 갖춘 준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1997년 경인 지역 첫 여성병원인 ‘서울여성병원’으로 확장한 것이 첫 번째 도약이었다면 2022년 말 ‘아인병원’으로 개칭한 것은 두 번째 비상을 의미한다.
‘아인(AIN)’이라는 독일어 명칭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하나, 으뜸’을 뜻하는 이 단어는 환자 중심의 진료를 통해 단 하나뿐인 병원, 정통 의술을 펼치는 최고의 병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약 100명의 전문 의료진이 근무하며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아인병원은 ‘태어나서 노년까지’라는 슬로건으로 출산부터 각종 노년기 질환까지 생애 전주기 케어를 실현하고 있다.
병원의 확장 배경에는 환자들의 변화하는 의료 수요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었다.
“출산은 단순한 산부인과 영역이 아니다”라는 오 이사장의 철학이 확장의 출발점이었다. 산모의 당뇨, 고혈압 관리부터 출산 후 신생아 케어, 선천성 결함 진단, 유방 관리, 패혈증과 산도 감염 등의 관리까지 종합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내과, 소아과, 유방외과 등으로 진료 영역을 확대했다. 이후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정형외과, 신경외과, 외과, 이비인후과 등으로 외연을 넓히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세계가 주목하는 단일공 수술 혁신, 7㎜로 만든 기적
제1회 세계경추내시경학회 현장.아인병원의 가장 큰 자랑은 세계적 수준의 단일공 수술 전문 의료진이다. 그 중심에는 이 병원의 원장인 임강택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다. 그는 기존 단일공 척추 내시경 분야를 혁신적으로 개선시킨 권위자로 기존의 내시경에서 한 단계 발전된 기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는 기술과 기법을 개발해 수술을 더욱 간편하고 안전하게 만들었다.
단 7㎜, 연필보다도 작은 구멍 하나만으로 고난도 척추질환 치료가 가능한 이 기술은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기존 척추 수술이 큰 절개와 긴 회복 기간을 필요로 했다면 임 원장의 단일공 내시경 기술은 환자의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고 회복 기간을 대폭 단축시켜 ‘최소 침습’이라는 내시경 수술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현재까지 8000건 이상의 수술을 집도하며 해외 의료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그의 기술은 이제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외과 분야에서도 놀라운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한승림 외과 전문의는 세계 최초로 단일공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복벽 탈장 수술에 성공해 국제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진욱 외과 전문의 역시 세계 최초로 갑상선암 SPRA(한쪽 유륜을 통한 단일공 로봇수술) 수술을 성공시키며 K-의료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아인병원이 인천 병원급 최초로 다빈치 Xi와 SP 두 대의 로봇수술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혁신적 수술들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세계 23개국이 모인 인천, 글로벌 의료 허브의 탄생
지난 13, 14일 이틀간 인천 송도 홀리데이인호텔에서는 의료사에 남을 만한 역사적 순간이 펼쳐졌다. ‘제1회 세계경추내시경학회’가 개최된 것이다. 이 학회는 단순한 의학 콘퍼런스를 넘어 K-의료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인정받는 상징적 계기가 됐다.
프랑스에서 온 척추 전문의는 “임 원장의 기술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멀리 한국까지 왔다”며 수술 실연에 감탄을 표했다. 인도의 신경외과 의사는 “이런 최소 침습 기술이 인도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만, 우즈베키스탄, 태국 등 총 23개국에서 150여 명의 의료진이 참석한 이번 학회는 임 원장의 단일공 척추 내시경 기술을 전수받기 위한 열정적인 학습의 장이었다.
학회 기간 동안 참석자들은 최신 연구 성과와 임상 경험을 공유하며 다양한 수술법을 모색했다. 특히 ‘라이브 서저리(생중계 수술)’ 세션에서는 임 원장이 직접 수술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섬세한 기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아인병원에는 매년 미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세계 각국의 의료진이 방문해 연수를 받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외국 의료진 트레이닝 센터는 단일공 척추 내시경 분야의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임 원장의 세계 각국 제자들이 현지에서 직접 진료하기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고위 인사들을 한국 아인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과 인천, 아인병원을 알리는 의료 외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품질 검증받은 의료 시스템, 우수검사실 인증의 의미
아인병원의 의료 품질은 최근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지난달 아인병원 진단검사의학과가 대한진단검사의학회와 진단검사의학재단이 주관하는 ‘우수검사실 신임인증 평가’에서 8개 평가 항목 모두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이다. 이 인증은 진단검사의학과의 검사 정확도와 운영 품질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제도로 환자 안전과 의료 품질의 척도가 되는 중요한 지표다. 특히 검사실 운영, 임상화학, 진단혈액, 진단면역, 수혈의학 등 전 분야에서 고른 성과를 보인 것은 아인병원의 시스템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축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구명숙 진단검사의학과장은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 결과 제공을 위한 표준화된 검사 시스템과 안전한 검사실 운영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하며 “검사 결과는 환자의 진단과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만큼 지속적인 품질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증 획득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해외에서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아인병원의 의료 시스템이 국제 수준임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며 지역 주민들에게는 대학병원 수준의 정확한 진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제공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 병원으로
아인병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스마트 병원으로의 전환에도 선도적이다. 올해 초 설립한 첨단 재생의료 임상연구소는 제대혈을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피부 재생, 신경세포 재생, 파킨슨병 치료 등 다양한 재생 의료 분야로 연구 영역을 확대할 계획으로 미래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접목도 놀라울 정도로 진전되고 있다. 건강검진 시 AI가 검진 결과를 종합해 1차 소견을 제시하고 의료진이 최종 확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진단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모두 높였다. 난임센터에서는 환자들이 난임 시술 현황과 시험관 진행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환자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특히 2차 병원급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UX(사용자 경험)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팀은 환자들의 동선, 진료 경험, 만족도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만족도도 함께 관리해 환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갑상선암센터와 로봇탈장센터를 새로 개설해 대학병원보다 나은 장비와 시설, 짧은 대기 시간, 쾌적한 병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기존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인프라 투자도 지속하고 있어 인천 유일 신생아 중환자실 운영, 인천 최다 산부인과 전문의(28명) 등 지역 필수 의료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미래 비전
인천은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할 만큼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도시다. 인구가 지속 증가하는 이 지역에서 수도권 특성상 환자들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있어 전문병원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아인병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환자들이 굳이 서울의 대형 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수준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지역 의료 자립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적극적이다. 올해 초 인천시와 함께 인천권역 난임·임산부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공공 의료와 민간 의료의 협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취약계층 반찬 나눔 활동을 하는 봉사단체에 보금자리를 무상 임대 지원하는 통 큰 후원을 비롯해 취약계층 김장 나눔, 지역사회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 이사장은 명확한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5년 내 종합병원 승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이 의료 선진국인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임상 성과를 이루는 것이 중기 목표다. 10년 후에는 해외 환자 진료와 의사 교육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스탠더드 병원’으로 성장하겠다는 장기 비전도 구체적이다.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전문성’이라는 조직문화 아래 K-의료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대표 병원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아인병원의 포부는 이미 현실이 돼가고 있다.
“환자 중심 초심 잃지 않으면 모든 균형 뒤따라와”
[인터뷰] 오익환 이사장
오익환 이사장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만난 오익환 이사장은 30여 년간 의료계에 몸담으며 축적한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한국 의료의 미래를 조망했다. 1993년 작은 산부인과 의원에서 시작해 현재 준종합병원까지 성장시킨 그의 경영 철학과 비전을 들어봤다.
오 이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료 가치는 ‘환자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오 이사장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 가족이면 어떤 치료 방법을 권했을까를 생각하려면 끝까지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또 이끌어내야 최상의 치료 방법이 나올 수 있다”고 지론을 밝혔다. 불필요한 치료는 권하지 않고 환자의 상태와 생활 환경까지 고려한 맞춤형 진료를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전문성을 갖춘 친절함’을 병원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는 오 이사장은 “여기서 친절은 환자를 왕처럼 모시겠다는 게 아니라 의료진이 치료 전 과정에서 정확한 검사를 토대로 진단하고 환자에게 잘 설명해주며 적절한 치료를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첨단 장비와 세계적 기술력을 갖추되 무엇보다 환자들이 마음 놓고 몸을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다.
의료재단 경영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환자와 연결돼 있다. “30년 전쯤 내 손으로 받은 아이가 임신을 해 다시 우리 병원으로 출산하러 찾아오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최근에는 대학병원에서 고령이라는 이유로 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가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우리 병원에 와서 수술을 받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돼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우수한 의료 인력 확보와 유지를 위해 의료진이 마음 놓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첨단 장비를 발 빠르게 확충하고 연구 지원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 연구와 진료를 병행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간호사나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통해서도 편안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이자 경영인으로서의 균형에 대해서는 “환자 중심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으면 균형이 뒤따라온다”고 답했다. “환자가 중심이 되면 병원의 위상도 높아지고 의료 장비 등 각종 투자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환자, 의료진, 지역사회 모두에게 부끄럽지 않은 병원을 만드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균형점”이라고 강조했다.
오 이사장은 “5년 내에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한국이 의료 선진국인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임상 성과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향후 비전을 밝혔다. “10년 후에는 해외 환자 진료와 의사 교육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스탠더드 병원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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