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관세 협상에, 환율 1410원대 치솟고 코스피 3400선 붕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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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러트닉 ‘韓투자 이중압박’
환율 하루 11원 급등, 넉달만에 최고… 外人 5707억 순매도 코스피 2.4%↓
채권시장도 출렁… 국고채 금리 껑충
“대외 불확실성 해소돼야 시장 안정”

국내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4개월 만에 1410원대로 치솟았다.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원-달러 환율은 상승)을 우려한 외국인투자가들이 자금을 회수하자 코스피도 2% 넘게 하락하며 3,400 선이 붕괴됐다. 채권 가격까지 하락하며 같은 날 주가와 원화 및 채권의 가치가 줄줄이 하락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대미 투자 펀드의 방식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하자 투자자들이 불안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연내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진 점도 강달러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원-달러 환율, 4개월 만에 1410원대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8원 오른 1412.4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410원대를 넘긴 것은 올해 5월 14일(1420.2원) 이후 약 4개월 만에 처음이다. 25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심리 저항선인 1400원을 넘긴 지 하루 만에 1410원대에 진입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증시도 반응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45% 하락한 3,386.05로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낙폭은 8월 1일(―3.88%) 이후 최대치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3,400 선을 처음 넘은 것은 9월 15일(3,407.31)이었는데 9거래일 만에 3,400 선이 무너졌다.

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투자가들이었다. 하루 동안 5707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원화 약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자 환차익 손해를 피하려고 국내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도 489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997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를 시도했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2.03% 하락한 835.19로 장을 마쳤다.

채권시장도 출렁였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34%포인트 오른 연 2.562%에 장을 마치는 등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서 급등했다. 국채 금리의 상승은 국채 가격의 하락을 뜻한다.

●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낮아져

국내 주식·환율시장이 불안해진 원인으로 대미 투자 협상이 지목된다. 한미 관세 협상 중에 3500억 달러의 투자금을 놓고 미국 측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한국에서는 3500억 달러를 받는다. 이것은 선불”이라고 밝히며 파장을 낳았다. 3500억 달러는 8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4163억 달러)의 약 84.1%에 해당한다. 만약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게 되면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대미 투자 금액을 7월 구두 합의에 따른 3500억 달러에서 더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하자 서울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인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점도 강달러의 압박 요인이 됐다. 일반적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달러 수요가 늘어 달러화 가치가 오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을 때만 해도 올해 추가로 2번의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25일 미국의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가 3.8%로 발표되자 금리 인하 신중론이 힘을 받았다. 2년 이내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유인이 약해졌다.

‘비둘기파 성향’(통화완화 선호) 인사로 꼽히는 오스틴 굴스비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아마 일시적이고 곧 사라질 것이라는 가정 아래 많은 횟수의 금리 인하를 지나치게 앞당기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단기간에 많이 오르는 동안 투자자들이 간과했던 것이 대외 불확실성”이라며 “불확실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하로 떨어지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급등세를 잡느냐가 앞으로 주식 시장 향방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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