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타항공 출범, 국내 9개사로
이용객 팬데믹 이전 회복했지만… 영업이익 등 실적은 되레 악화돼
수익성 떨어지는 단거리 치중에… 출국보다 입국 많아 경쟁력 약화
“사활 건 ‘치킨 게임’ 시작” 지적
30일 한국의 9번째 저비용항공사(LCC) ‘파라타항공’이 강원 양양공항에서 제주로 첫 정기편을 띄우며 출범을 알렸다. 현장에서는 양양공항에 2년 4개월 만에 정기편이 부활했다며 들뜬 분위기였지만 지켜보는 LCC 종사자들의 속은 타들어 갔다. 안 그래도 생존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 오히려 항공사 하나가 늘어난 데 대한 우려다.
● 말라가는 LCC
실제 국내 LCC들의 업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각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2023년 대비 2024년 실적이 개선된 회사는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뿐이다. 이 중 이스타항공은 기업회생절차를 마치고 2023년 재취항을 시작해 적자 폭이 576억 원에서 373억 원으로 줄어든 사례다.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성장을 한 LCC는 에어프레미아 한 곳뿐이다.
항공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LCC 실적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올해 1∼8월 총 항공 여행객은 1억104만 명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억517만 명에 거의 근접했다. 항공 편수도 지난해 59만2000여 편에서 올해 59만6000여 편 수준으로 늘었다.
이 같은 업황과 수익의 ‘불일치’는 최근 항공사 수익이 주로 저가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곳에서 나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 침체로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장거리 비즈니스’가 아니면 항공사가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 실제 투자 업계는 대한항공의 이익 중 절반 이상이 미국 노선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등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승객은 줄어든 반면에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승객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1% 늘었다. 반면 해외로 떠난 한국인 여행객은 2.7%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해외 마케팅 인프라를 보유한 대형항공사 대비 LCC의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성수기’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LCC 실적의 발목을 잡는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여름이 지나치게 더워지면서 한여름 일본·동남아 수요가 줄어드는 데다 해외여행 경향이 개인 관광 위주로 바뀌면서 LCC에 있어 여름 성수기의 의미가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LCC들은 여러 이벤트로 난국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최근 부산 출발 세부행 항공권을 5만99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회사의 서울∼부산 편도 항공권 정상가인 6만6000원보다 싼 가격에 4∼5시간 거리 항공권을 팔고 있다. 이스타항공도 일본 각지로 가는 편도 항공권을 5만 원 안팎에 파는 이벤트를, 진에어도 대만 타이중이나 필리핀 세부, 베트남 다낭 등 인기 여행지 항공권을 수십 % 할인하는 행사를 벌였다.
문제는 이 같은 이벤트가 수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출혈 이벤트가 사활을 건 ‘치킨 게임’이 되고 있다고 본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 9개는 한국 항공산업에서 수요를 넘어선 규모”라며 “경쟁력 낮은 LCC들의 ‘정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