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 금리 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값이 고공 행진 중이다. 여기에 국내 수요가 유독 커지며 ‘김치 프리미엄’(국내외 시세의 괴리)이 10% 넘게 커졌다. 한미 무역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하며 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일 KRX 금시장의 금 현물 가격은 g당 19만1310원으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1.82% 하락했지만, 지난달 1일 종가(15만6840원) 대비 22% 올랐다. 금 현물은 한 돈(3.75g) 기준 71만7400원 수준이다.
올해 금값은 거침없이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지난달 1일 온스당 3485.59달러였던 국제 금 시세는 지난달 30일 온스당 3866.57달러로 10.9% 상승했다.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 온스당 3800달러를 넘긴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국제 금값은 46.8%나 상승했다.
국제 금값이 고공 행진 중인 것은 우선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가치가 약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말 108.49였던 달러 인덱스(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1일 97.64로 11%가량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금리 인하를 시작한 것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늘어나면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이를 헤지(위험 회피)하기 위해 금을 찾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또 최근 금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늘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늘리며 수요가 불었다.
국내에서는 최근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된 탓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기자 원화가 아닌 자산을 보유하려는 수요까지 더해졌다. 이에 국내외 금값의 괴리도 커졌다. 실제로 국내 금값에 붙은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 미만이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긴 지난달 24일 5%대로 커졌다. 또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지속적으로 상회하자 국내 금값에 붙은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달 30일 11.7%까지 늘었다.
국내 금값에 붙은 거품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실제로 1일 국제 금값은 달러와 원화 기준 0.1% 하락하는 등 약보합 흐름이었지만 국내 금값은 장중 1.6% 상승하며 g당 20만3000원까지 치솟았다가 18만 원까지 하락하는 큰 변동성을 보였다. 국제 금값은 큰 변화가 없는데도 거품이 낀 김치 프리미엄 내에서 변동이 커진 셈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지난달 KRX 금시장 일평균 가격이 국제 금 가격 대비 높게 형성됐다”며 “명절 장기 연휴 기간 중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급변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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