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호텔업계가 내놓은 ‘차례상 포장’ 상품이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집에서 정성껏 차리던 전통 풍경은 줄어들고 전문 셰프가 준비한 제수 음식을 외부에서 주문해 간편하게 명절을 보내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모습이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차례를 지내는 가구 중 제수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비중은 약 30%에 불과하다. 반조리나 완제품을 구입하거나 전문 업체가 준비한 상품을 활용하는 가구가 대다수고 여기에 차례상 물가가 4인 기준 전통시장에서 약 29만9000원, 대형마트에서 약 37만 원에 달하는 등 비용 부담이 커진 것도 외주 수요 확산의 배경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호텔업계는 식음료 부문에서 포장 상품 확대에 주력해 왔고 그 일환으로 차례상 패키지도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시장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AC호텔 바이메리어트 서울강남은 지난해 설부터 ‘AC 명절 투 고’를 선보였고 매년 증가해 올해 추석 예약분은 전년 대비 판매량이 3배 증가했다고 한다. 불고기·잡채·나물 등 전통 메뉴에 호텔 디저트를 곁들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구성이 특징이다.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서울은 2022년부터 명절 투 고 상품을 운영해왔으며 현재 재구매율이 60%에 달하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고 알렸다. 모둠전·불고기·갈비찜·전복·옥돔 등 9가지 메뉴로 구성돼 있다.
더플라자 호텔은 세븐스퀘어에서 판매한 ‘투 고 해피 홀리데이’ 상품의 80% 이상이 예약 완료됐다고 한다. 특급 셰프가 준비한 프리미엄 제수 음식으로 한정 수량 전략을 택해 희소성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르메르디앙 서울명동도 호텔 내 식당 ‘라팔레트 파리’를 통해 명절 투고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본 세트에는 삼색 나물과 모둠전, 부세 굴비 구이, LA 갈비, 한방 소갈비찜 등 메뉴로 구성되고 프리미엄 세트에는 한우 육전과 영광 굴비, 전복 소갈비찜, 우대 갈비 등 한층 고급화된 구성이 더해졌다. 모든 상품에는 백화수복 청주가 함께 제공되고 친환경 개별 포장을 적용해 위생과 휴대성을 강화했다고 한다.
르메르디앙 관계자는 “명절 문화 간소화와 간편 가정식 선호가 높아진 가운데 품격 있는 상차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글래드 호텔, 서울드래곤시티, 롯데호텔 등 주요 호텔들이 명절을 맞아 다양한 형태의 포장형 차례상 패키지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애초에는 한시적 이벤트 성격으로 출시했지만 다시 찾는 고객이 늘면서 지금은 매 명절마다 정례화해 운영하고 있다”며 “차례상 패키지가 명절 특수 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호텔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예약 개시 시점도 점차 앞당겨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명절마다 가사 부담을 줄이고 가족 모임을 효율적으로 준비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호텔 셰프가 직접 만든 제수 음식은 품질과 신뢰도가 높아 앞으로도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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