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금융 둘 다 놓친 ‘재정경제부’…“무늬만 부총리” 부글[세종팀의 정책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0월 4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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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반발에 ‘금융’ 이전 무산
예산권은 신설 예산처에 넘어가
“우리도 상복입고 시위해야하나”

기획재정부 전경. 2020.11.23.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 조직개편의 ‘숨은 승자’가 될 것이라 여겨졌던 기획재정부가 막판 반전에 술렁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이 긴급 고위 당정대 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법안’을 철회하면서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금융 관련 업무를 넘겨 받기로 한 계획이 무산된 탓입니다. ‘부총리’라는 경제 컨트롤타워 지위는 유지했지만, 부처 기능은 반쪽으로 쪼그라들면서 위상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내부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 조직개편안의 윤곽이 처음 공개된 것은 지난달 7일입니다.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분리해 재경부는 세제·금융·경제정책 등을 담당하고 예산처는 예산편성과 재정정책,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기능을 맡기로 한 것입니다.

이에 더해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재경부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타 부처에서 “기재부에 집중된 권한을 나누기 위한 조직개편인데 오히려 더 힘을 실어주는 결과”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예산을 넘기고 국내 금융을 받는 것은 재경부의 규모나 위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번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5일 열린 긴급 당정대 회의 결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을 조직 개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세종 관가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조직개편에 반발하는 거센 시위에 나선 데다 야당인 국민의힘마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통한 반대를 예고하자 최초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재부는 관련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신설될 재정경제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확정 시 경제정책 총괄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점심시간 직전에 관련 결과를 들었는데 조직개편이라는 중요한 방안을 3주도 되지 않는 기간에 송두리째 바꾸나 싶었다”며 “당혹스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기재부가 사실상 ‘빈털털이’가 됐다는 분노도 큽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도 금감원처럼 상복 입고 시위하면 들어주는 건가’라는 분위기가 가득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도 “조직개편 과정에서 뺏기기만 한 것 같은 상실감이 든다”며 “부총리 입장에서도 업무가 줄어든 만큼 힘이 줄었다고 느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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