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를 놓고도 전고점 경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추석 이후에 ‘9만 전자’를 넘어 ‘11만 전자’에 도달할 것이란 증권사 리포트가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 개선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격하게 오른 9월에만 7조 원을 넘게 순매도한 개미 투자자들이 추가로 수익 실현에 나설지, 아니면 주가 상승에 베팅한 채 추석 이후 순매수로 돌아설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미국 정부의 반도체 품목 관세가 한국산 제품에도 부과된다면 향후 삼성전자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10만 전자↑’ 예상 증권사만 12곳
5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에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10만 원을 넘길 곳이라고 본 회사는 12곳에 달한다. 지난달 30일 신한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에 가장 높은 목표 주가인 11만5000원을 제시했다. 그 다음으로 미래에셋증권은 11만1000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SK증권, LS증권은 모두 11만 원을 목표주가로 밝혔다. 이 밖에도 DS투자증권, 흥국증권, 키움증권, 신영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은 모두 주당 10만 원 이상으로 전망치를 내놨다. 연휴 시작 전 마지막 거래일인 2일 ‘9만 전자’를 찍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말에만 해도 주당 5만3200원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5만 원대 주가를 유지했다. 당시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등의 여파로 정국이 불안한 데다 미국발 관세 전쟁,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 등이 겹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하반기(7~12월)에 들어서 호재가 겹치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가 올해 6월 출범한 뒤 주가 부양책을 쓰면서 코스피에 대한 투자 여건이 좋아졌고, 인공지능(AI)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반도체 업황도 개선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7월 미국 테슬라로부터 22조8000억 원 수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따냈다. 최근에는 5세대 HBM에 대한 엔비디아의 품질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또한 최대 5000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자해 2029년까지 미국에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20곳 등 핵심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1일 미국 오픈AI와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달 23일 정규 시장 전 거래에서 주당 9만1000원을 찍기도 했다. 2일에도 정규 거래장 기준으로 4년 9개월 만에 ‘9만 전자’에 도달하기도 했다. 2021년 1월에 기록한 종가 기준 역대 최고점인 9만1000원, 장중 최고가인 9만6800원에 근접해 가면서 전고점 경신 기대감이 나오는 것이다.
●3분기 영업이익 약 10조 원 전망
앞으로 전망도 밝은 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나올 올해 3분기(7~9월)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9조8164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증권사 전망이 나왔다. 올해 2분기(4~6월)에는 영업이익이 4조 원대에 그쳐 시장에 충격을 줬는데 곧바로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선 약 7% 나아진 실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전자 실적에서 발목을 잡아 온 파운드리 사업부가 가동률 상승 덕분에 적자 규모를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범용 D램 메모리 가격이 최근 몇 달간 상승 중인 것도 삼성전자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단가가 높은 폴더블 휴대전화의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관련 사업부 수익성 전망도 밝은 편이다.
삼성전자에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적어낸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파운드리, HBM 관련 우려 완화 구간에 진입했다”며 “예상보다 빠른 범용 메모리 시장 회복으로 전방위적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대한 품목 관세를 여전히 검토 중인 것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9월에만 7조2620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하며 수익 실현을 했던 개미 투자자 입장에서는 추가 수익 실현 타이밍을 잡는 데에 있어 고민이 되는 요소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9월에만 166억1000만 달러어치에 이르면서 월간 기준으로 역대 1위 기록을 다시 세웠는데 만약 관세가 현실화하면 이런 상승세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올해 7월 30일 미국 정부와 무역 협상을 타결하며 “반도체나 의약품 품목 관세는 우리도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문서화가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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