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약 31.1g)당 60달러(약 8만8000원)를 넘겼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수요 급증이 겹쳐 은 값이 올해만 100% 넘게 급등하는 역사적인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은 현물 가격은 전날 대비 4.5% 오른 트로이온스당 60.8달러에 거래됐다. 은 가격이 역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60달러의 벽을 넘긴 것이다. 인베스팅닷컴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말 트로이온스당 28.9달러였던 은 가격은 올해 들어 110.2% 상승했다.
은 가격 급등 배경에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0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이나 은행 예금 등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금이나 은 등 귀금속 투자에 수요가 몰린다.
산업용 수요가 증가한 점도 은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은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등 첨단산업에 두루 쓰이는 소재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4년간 산업계에서 은 수요가 약 18%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가 세계 2위의 은 투자국인 인도의 중앙은행이 최근 은 담보 대출을 공식 허용하면서 투자 수요를 한층 자극했다. 미국 정부가 핵심광물로 지정한 은에 조만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은을 쟁여두려는 수요가 늘었다.
하지만 올해 세계 광산에서 생산되는 은은 8억1300만 트로이온스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연간 생산량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다.
은 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막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 가격은 70달러에 도달하고 2026년에는 2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은 더 많은 금, 은,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살 때고 이 중 은이 가장 좋고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자산 시장의 가격상승이 과열됐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은 8일(현지 시간) 분기 보고서를 통해 “금과 주식이 동시에 거품 영역에 진입한 것은 50년 만에 처음”이라며 “금과 미국 주식 모두 투기적 흥분과 밸류에이션 급등 등 거품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이크 맥글론도 “(은 가격 상승세가) 다소 불안하다”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격이 온스당 75달러까지 오르거나 40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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