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車-실손 손해율 심각”… ‘보험료 인상’ 카드 만지작

  • 동아일보

9월 기준 차 보험 손해율 85.8%, 1년새 4.1%P ↑… 손익분기점 이하
보험료 내렸는데 수리비 등 상승… 손보업계, 내년 상반기 인상 검토
실손보험 손해율도 120.7% 달해… 과잉 진료 등 ‘팔수록 손해’ 구조

생성형 인공지능(AI) ‘Nano Banana Pro’로 생성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Nano Banana Pro’로 생성한 이미지.
연말이 다가오며 내년 보험료 인상 여부를 두고 손해보험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 속에 지난 4년 동안 보험료를 내려온 데다 첨단기술이 탑재된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가 늘어 적자가 심해진 탓이다. 연말 폭설과 한파 등 겨울철 기상 악재가 겹치면 연간 손해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車보험 손해율 집계 이래 최고 “인상 불가피”

21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8%로 1년 전보다 4.1%포인트 올랐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수입 중 보험금으로 지급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자동차보험의 경우 사업비를 고려했을 때 통상 80% 선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025년 자동차보험 손해율 분석 및 진단’ 보고서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 효과가 누적되고 대인 및 대물 부문 손해배상 비용 상승이 이어지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난해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손해율은 연말로 갈수록 겨울철 사고 증가 등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올 4분기(10∼12월) 손해율이 줄어들 요인은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은 손해율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그동안 보험료를 인하한 데 따른 영향(경과보험료)이 2.4%포인트, 차량의 고급화로 인한 수리비 증가, 부품·공임 단가 상승 등에 따른 영향(발생손해액)이 1.7%포인트인 것으로 분석했다.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매년 줄고 있고 올해 사고 발생률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고 발생이 손해율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다.

손보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적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미 올해 9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4.1%(단순 평균 기준)로 2020년 집계 이래 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8%포인트 올라 계절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서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적자 부담을 완화하고자 내년 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이다. 삼성화재는 올해 3분기(7∼9월)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삼성화재는 올해 3분기 자동차보험에서 누적 341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올해 5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보험료 인상을 본격 추진하면 다른 대형 손보사들의 ‘도미노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 항목에 포함돼 정부와 교감 없이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체감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손보업계가 누적되는 적자에도 4년간 보험료를 낮춰온 것 역시 정치권의 인하 압박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손해율 ‘120%’ 실손 인상도 눈치게임

전 국민의 70%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올 1윌부터 9월까지 5대 대형 손보사가 지급한 실손보험금은 8조48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한 액수다. 2021∼2024년 연평균 7.6% 증가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올해 9월 말 기준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7%로 지난해 말 대비 3.7%포인트 올랐다. 모든 세대에서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거나 근접하며 팔수록 손해인 구조가 더 악화된 것이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는 원인으로는 과잉 진료가 반복되는 물리치료 등 비급여 치료가 꼽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손보사 지급보험금 12조9000억 원 중 물리치료(2조2903억 원)와 비급여 주사제(6525억 원)가 전체 지급보험금의 약 23%를 차지했다. 올해도 전체 29개 진료과 중에서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가 집중된 정형외과가 전체 지급액의 22.3%(1조8903억 원)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비급여 비율은 평균치(57.1%)를 크게 상회하는 70.4%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2022년 14.2%를 찍은 뒤 2023년 8.9%, 지난해 1.5%, 올해 7.5%의 인상률을 보였다. 손보업계는 실손보험료를 10% 넘게 인상해야 만성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금융당국은 그보다 낮게 인상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율이 점점 악화되자 금융당국은 비급여 항목을 중증·비중증으로 구분해 보장을 차등화하고 비중증 비급여의 경우 자기 부담률을 50%까지 높이는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1∼6월) 중 출시될 예정인데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00만 건이 몰려 있는 1세대와 초기 2세대 실손보험은 재가입 조항이 없어 스스로 탈퇴하지 않는 이상 계속 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세대가 올라갈수록 보험료 인상률이 높아 보험료 부담을 30% 넘게 낮췄음에도 유인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최근 과잉 이용 우려가 컸던 도수치료와 방사선온열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등 3개 의료 행위를 관리급여로 지정하는 등 실손보험 누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체외충격파 치료 및 언어치료도 관리급여 대상에 포함할지 논의 중에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 급등은 극소수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과도한 진료 관행에서 비롯된다”며 “비급여 누수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보험사들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대다수 가입자는 보험료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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