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안에 소비심리 얼어붙어
건설-제조-도소매업 취업자 급감
작년 年취업자 증가, 1년새 반토막
“그냥 쉬었음” 246만명 역대 최대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5만 명 넘게 줄며 3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고용 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약 16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쳐 2023년 증가 폭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고용 시장이 더 크게 위축돼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내수 영향 큰 업종들에서 취업자 감소”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2804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5만2000명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 취업자 수가 줄어든 건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이어졌던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처음이다. 건설업 취업자가 15만7000명 급감하면서 사상 최대 감소 폭을 보였고, 제조업(―9만7000명), 도매 및 소매업(―9만6000명)에서도 취업자가 줄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수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개인서비스업, 운수창고업의 취업자 수 감소 폭이 지난해 11월 7000명에서 12월 6만5000명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노인 일자리 등 직접일자리 사업이 연말에 종료된 점도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연간 단위로 운영되는 직접일자리 사업은 통상 12월 초중순까지 운영된다. 2023년과 달리 조사 주간이 12월 하순으로 늦춰지면서 지난해 12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000명 줄었다.
실업자는 17만1000명 증가했다. 특히 60세 이상 실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7만7000명(49.2%) 급증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시적 요인과 함께 경제 주체들의 심리 악화가 복합 작용한 결과”라며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향후 고용 여건 또한 녹록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전 부처가 일자리 전담 부처라는 각오로 취약부문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직접일자리 사업 채용 인원을 지난해보다 6만1000명 늘릴 계획이다.
● ‘쉬었음’ 인구도 역대 최대
지난해 12월의 고용 부진은 연간 통계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57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15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3년(32만7000명)의 절반을 밑도는 증가 폭이다. 정부가 이달 초 내놨던 전망치(17만 명)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간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줄었던 2020년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이기도 하다. 2020년 21만8000명 감소했던 취업자 수는 2021년 36만9000명, 2022년 81만6000명 늘면서 2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지만 202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부진한 건설 경기의 여파로 건설업 취업자가 4만9000명 감소하며 취업자 증가 폭을 끌어내렸다. 건설업 취업자는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일용근로자도 12만2000명 줄며 2012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일도 하지 않고 따로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246만7000명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30대 쉬었음 인구가 전년보다 10.8% 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고, 10·20대(5.2%) 40대(4.5%) 등 전 연령대에서 쉬었음 인구가 늘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12만 명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취업자 증가 폭이 이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취업자 수가 10만 명을 밑도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재정을 투입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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