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뇌, 찰흙처럼 말랑한 상태… 숏폼 중독 더 치명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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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숏폼에 중독된 사회]
뇌 전두엽 가장 마지막에 발달
숏폼 노출 많을수록 의존성 위험
성인된후 다른 중독에도 취약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숏폼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은 전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뇌에 미치는 영향은 성인보다 청소년에게 더 치명적이다. 행위 중독으로 인해 기능이 떨어지는 뇌의 전두엽 부위는 뇌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발달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 부위는 소위 ‘중2병’으로 불리는 사춘기 시기에 비로소 완성된다. 박혜윤 용인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의 뇌는 아직 말랑말랑한 찰흙 같은 상태”라며 “만약 이때 숏폼이나 SNS에 과의존해 전두엽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면 정상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청소년기의 숏폼·SNS 과의존이 성인이 돼서 다른 행위 중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숏폼, SNS는 아직 연구 초기 단계라 정확히 뇌의 어떤 회로를 통해 중독이 발생하는지 알 수 없다”며 “만약 게임, 쇼핑 중독 등 다른 행위 중독과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중독이 발생한다면 성인이 된 후 다른 행위 중독에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찰흙 상태의 뇌가 행위 중독에 취약해진 상황에서 그대로 굳어 버리는 셈이다.

홍순범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역시 “청소년기에는 ‘뇌의 재배선(brain rewiring)’이 활발하게 일어나, 많이 사용하는 네트워크는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건 도태된다”며 “만약 숏폼·SNS에 의해 도파민이 분비되는 보상 회로 등이 발달된 상태로 재배선이 돼 버리면 나중에 되돌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춘기 시기에 해당하는 중학생이 스마트폰에 가장 많이 과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별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중학생 42.1%, 고등학생 36%, 대학생 35.4%, 초등학생 35.2%였다. 뇌가 자리를 잡아가는 가장 중요한 연령대에서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또한 과의존위험군은 숏폼 시청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비율이 41.8%로, 일반사용자군(16.5%)보다 25.3%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은 대체로 일반사용자보다 숏폼을 더 많이 시청하고, 숏폼 시청 조절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볼 수 있다. 최민이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숏폼 콘텐츠에 자주 노출되면 의존성이 강화될 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숏폼-SNS 중독#뇌의 재배선#과의존위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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