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중앙공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해 글로벌 공조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2조 원대 ‘빅딜’로 삼성전자가 2016년 9조2000억 원에 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약 9년 만의 조 단위 인수합병(M&A)이다. 인공지능(AI) 시대 고성장이 예상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을 겨냥해 공조 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4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7일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 인수(5000억 원) 이후 일주일 만에 또 다른 대형 M&A를 성사시킨 것이다.
플랙트는 1918년 설립돼 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글로벌 공조 업체다. 직원 3500명에 지난해 매출은 7억3000만 유로(약 1조2000억 원)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나 대형 상업시설 등 중앙공조에 특화된 기업이다. 공조란 냉난방을 비롯해 습도 및 공기 질 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로 에어컨과 같이 일반 가정에서 주로 쓰이는 개별공조와 건물 전체를 통합 관리하는 중앙공조로 나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럽 중앙공조 시장에서 플랙트 점유율이 12.2%로 1위다. 이어 스웨덴 스웨곤이 7.0%, 미국 캐리어 6.8%, 미국 트레인 6.5% 순이다. 플랙트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DCS 어워즈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플랙트그룹 제공플랙트는 그동안 데이터센터, 공항, 대형 병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앙공조 시공 사례를 쌓아왔다. 2016년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과 2020년 영국 이스트 미들랜드 데이터센터, 2023년 핀란드 로바니에미 병원이 대표적이다. 설비 과열을 막는 냉방이나 감염 예방을 위한 향균·향온·향습이 중요한 시설들이다.
공조 산업은 지구온난화, 친환경 에너지 규제 영향에 세계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같은 기간 167억 달러에서 441억 달러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는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은 글로벌 공급 경험이 많고 최적의 설계 역량을 갖춰야 하는 만큼 진입 장벽이 높다”며 “생성형 AI,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해 플랙트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조 분야는 국내 다른 기업인 LG전자도 ‘핵심 먹거리’로 보고 육성하는 사업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공조 사업을 기존 H&A 사업본부에서 떼어내 ES사업본부로 출범시켰다. 또 지난해 미국 앨라배마주에 공장을 설립해 공조 제품을 생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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