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이 사상 최대치로 늘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일부 대기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중소기업들은 내수 침체 영향으로 경영난을 겪는 등 기업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3만4167곳을 조사한 결과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곳은 총 1만3985곳으로 전체 40.9%에 달했다. 2023년(39.0%) 대비 1.9%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2013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치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이자 부담 능력을 나타낸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비용보다 이자비용이 큰 것으로, 한마디로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연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예 영업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들 비중도 28.3%로 역대 최대치였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실적 악화가 더 두드러졌다. 지난해 중소기업 중 좀비기업의 비중은 42.4%로 전년 대비 2.0%포인트 늘어났지만, 대기업의 좀비기업 비중은 1.4%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반적인 국내 기업들의 지표는 대기업들의 선전에 힘입어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은 전년 대비 4.2% 늘어, 2023년(―2.0%)에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이후 한 해 만에 상승 전환했다. AI 관련 반도체 수요 증가와 수출 단가 상승이 겹쳐 제조업 매출이 5.3% 늘어난 영향이 컸다. 비제조업도 운수·창고, 도소매 등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3.0% 뛰었다.
매출 성장과 함께 수익도 늘어나면서 매출영업이익률(5.4%)이 전년(3.8%)보다 확대됐다.
부채비율이 101.9%로 전년(102.0%) 대비 소폭 감소했고, 차입금 의존도도 같은 기간 28.7%에서 28.3%로 0.4%포인트 줄었다.
정영호 한은 경제통계1국 기업통계팀 팀장은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은 업황이 좋아졌지만, 부동산과 도소매업 중소기업의 실적이 줄면서 이자보상비율이 낮아진 기업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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