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A(인공지능·AI), B(외국인투자가 매수세·Buy Korea), C(가상자산·Coin)’를 중심으로 모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인 규제 완화 기대감에 올라탄 카카오페이 주가는 이번 달 들어 두 배 이상으로 뛰었고, AI 수혜주인 SK하이닉스와 HD현대일렉트릭 등도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이달 들어서만 30% 올랐다. 코스피의 올해 수익률이 뜨거운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상승률보다 높아지자, 투자자들도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등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서울 아파트 평균 상승률도 넘어선 韓 증시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29.54%로,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단연 수익률 1위를 나타내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지수 편입에 실패하고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도 등재되지 못했지만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0.20% 오른 3,109.85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상승세를 탄 서울 아파트의 수익률(5.52%)도 코스피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코스피의 연평균 수익률(5.98%)은 서울 아파트 수익률(10.15%)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새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원-달러 환율 하락 효과가 겹치면서 모처럼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증시 상승 요인으로 A(인공지능)·B(외국인투자)·C(가상자산) 효과를 꼽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 지원 핵심 분야인 AI와 가상자산 분야가 상승 흐름을 주도하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금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서만 39.85% 오르면서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200조 원을 넘겼다. 전력기기 업체인 HD현대일렉트릭도 31.1% 상승했다. 이들 상장사는 이번 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1, 3위를 차지했다. 순매수 2위 기업도 삼성전자로, 해외 투자자들도 AI 분야 위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새 정부와 여당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을 적극 검토하면서 가상자산 관련주들도 깜짝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 3년간 주가가 내리막을 걷던 카카오페이는 이번 달 들어서만 147.82% 오르면서 공모가(9만 원)를 넘어섰다.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카카오페이가 사업 진출에 나서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사업의 기술총괄사인 LG CNS도 70.32% 상승했다.
약달러도 외국인 매수세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외국인투자가는 코스피에서만 1조8670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9개월 연속 순매도 흐름을 끊어냈다. 이번 달 들어서는 이날까지 4조6979억 원 순매수하면서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 증시 포모에 ‘빚투’도 기승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빚투’ 흐름을 보여주는 신용융자 잔액도 크게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융자 잔액은 20조1393억 원으로, 지난달 말(18조2739억 원) 대비 1조8654억 원(10.21%) 늘었다. 신용 잔액이 2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 19일 이후 11개월 만이다.
코스피가 3,100 선을 넘어서면서 ‘상승장에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증시 급등세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전망치를 높여 잡고 있다. 역대 장중 최고치인 2021년 6월 25일의 3,316.08을 조만간 넘어설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코스피 목표 지수를 4,000 선, KB증권은 3,700으로 높여 잡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새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원만하게 이뤄지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 전 고점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기인 9월까지는 쉬어 가는 구간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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