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부동산 대책에 ‘불장’ 꺾여
집주인 매물 거두고 매수자 눈치
마용성 등 한강벨트 상승폭 줄어
전문가 “연말까지 숨고르기할듯”
서울 아파트값이 꾸준히 오르다 지난달 말 상승 폭이 줄었다. 지난달 19일 서울 남산에서 본 서울 용산, 마포 일대 아파트 모습. 뉴시스
“규제 전에는 하루에 문의 전화만 20∼30건씩 와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지금은 하루에 2건뿐이라 점심시간에 놀러 다니는 실정입니다.”
2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대단지 아파트 앞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A 씨는 불과 1, 2주 사이에 찾는 손님이 뚝 끊겼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해 고강도 대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패닉 바잉(공황 매수)’ 조짐까지 나타나며 지속되던 ‘불장’ 흐름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대출 규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주로 돈을 빌려 아파트를 매입하던 매수자들의 ‘돈줄’을 막으면서 한동안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 이후 매매가가 20억 원을 웃도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물론이고 강동구를 포함한 동남권,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 지역들이 크게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주로 갭투자를 하거나 대출을 일으켜 거래가 이뤄지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의 시세를 고려하면 이곳에서는 최소 10억 원이 넘는 현금이 있어야 집을 살 수 있게 됐다.
매수자들은 당장 매매를 보류하고 있다. 마포구 염리동 인근 공인중개사 B 씨는 “남은 물건은 주로 초고가이고 이번 규제로 대출 조건도 좋지 않아 매수자들은 일단 하반기 상황을 지켜보자는 상황”이라며 “매도자도 급할 것 없이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더 오를 기대를 하면서 기존 계약까지 파기하며 물건을 회수하고 있다”고 했다.
용산구 이촌동 인근 공인중개사 C 씨는 “지난주에 찾아왔던 매수 손님들한테 다시 연락을 하면 일단 지켜보겠다면서 매매를 미루고 있다”며 “규제가 완화될지 더 강한 규제가 추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6·27 규제 이후 한강벨트 중심으로 상승 폭 주춤
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0.43%)보다 0.4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5월 첫째 주(0.08%) 이후 7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다 상승 폭이 꺾인 것이다.
6·27 대출 규제 영향이 큰 곳으로 거론된 한강벨트 지역의 상승세가 일부 주춤했다. 용산구는 전주(0.74%)보다 0.58% 오르며 상승 폭이 가장 크게 줄었다. 마포구는 전주(0.98%) 대비 0.8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강남 3구도 상승 폭이 소폭 줄었다. 송파구(0.88%→0.75%), 서초구(0.77%→0.65%), 강남구(0.84%→0.73%) 순으로 상승 폭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상승 폭이 하락한 지역은 17곳이었다. 한국부동산원 측은 “선호 지역 내 매수 문의가 감소하면서 서울 전체 상승 폭이 소폭 축소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위축된 거래 시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거래가 감소한 건 이번 대출 규제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유동성이 줄고 당장 공급 대책이 나오지 않아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쉽게 움직이지 않고 올해 말까지는 숨 고르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달부터 부동산 시장 현장점검 대상을 서울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 과정과 편법 대출 여부를 점검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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