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쌀 수입을 확대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구조적으로 특정 국가의 쌀 수입량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은 수입 쌀에 대한 국가별 쿼터(CSQ)가 없지만 한국은 미국을 포함한 5개국 CSQ가 확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와의 협의 없이 미국산 쌀 수입량을 늘리면 조약 위반이다.
23일 정부 관계자는 한미 관세협상 카드로 거론되는 쌀 시장 개방과 관련해 “미국산 쌀 수입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관계 국가와) 새로운 협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40만8700t(톤) 규모의 쌀을 저율관세할당물량(TRQ)으로 정하고 이를 5% 저율 관세로 수입하고 있다. TRQ 외의 물량에 대해선 513%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약 4년간의 협상 끝에 2020년부터는 TRQ 중 미국, 중국, 베트남, 태국, 호주 5개국에 대해서 별도로 CSQ를 배정했다. 미국 쿼터는 올해 기준 13만2304t으로 전체 TRQ 물량의 32.4%를 차지한다.
반면 일본은 매년 약 77만 t(흑미 기준)의 TRQ만 확정돼 있다. 별도로 CSQ가 없기 때문에 77만 t 안에서 자유롭게 미국산 쌀 수입량을 늘릴 수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쌀) 수입량은 최소한에 머물 것이며, 각국에 대한 쌀 수입 재량권은 일본이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을 해제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정부가 일본·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려고 하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소고기 시장을 개방한 것이다. 지난해 일본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은 18억 달러(약 2조4800억 원)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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