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지출 구조조정’한다면서… 70조 교육교부금엔 정작 ‘칼’ 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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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교육청 쌓아놓은 돈만 18조
학생 수 5년새 30만명 줄었는데… 교부금은 2020년 55조→올해 70조
기초연금 등 의무지출 개혁도 ‘뒷짐’… 나랏빚 이대로면 2029년 1789조

정부가 재정정책 방향을 ‘긴축’에서 ‘확장’으로 전환하면서 부족한 세수를 보완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27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하지만 정작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과 같이 국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분야는 지방선거 표심을 의식해 칼을 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방 교육청 ‘곳간’ 넘치는데 교부금은 그대로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내국세와 연동되는 교육교부금 구조조정 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 약 70조 원이 넘는 교육교부금 중 극히 일부인 2조1690억 원의 보통교부금(교육세분)을 1조7587억 원으로 약 4100억 원 삭감한 것이 전부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 수입의 20.79%와 국세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다. 국세에 연동되기 때문에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교육청이 받아가는 교부금은 자동으로 늘어난다. 1972년 관련 법이 제정된 뒤 학령인구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이 내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졌다. 현재는 심각한 저출산을 겪으면서도 교육교부금 비율은 낮아지지 않으며 예산이 남아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재정정보원에 따르면 2020년 55조5000억 원이던 교육교부금은 올해 70조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마저도 최근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펑크’로 증가 속도가 조절된 결과다.

반면 초중고교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세가 뚜렷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전국 534만7000명 수준이던 초중고교생은 올해 501만4000명으로 30만 명 이상 줄었다.

이와 같은 불균형으로 해마다 쓰지 못하고 남기는 교육교부금 잉여금도 쌓이고 있다. 2023년에만 다 쓰지 못한 교육교부금은 8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렇게 전국 시도교육청이 다 쓰지 못하고 각종 운영 기금에 쟁여둔 현금성 자산(예치금·채권 등)만 2023년 말 기준 18조6975억 원으로 2020년(2조8948억 원)의 6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방 교육청의 곳간은 쌓여만 가는데 중앙 정부는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도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선 때 교육 공약을 잘 안 내놓는 이유도 유치원 및 초중등 교사와 학부모들의 표심을 잘못 건드릴 수 있어 섣불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예산안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런 부분까지 재원을 구조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의무지출, 조세지출 개혁도 지지부진

기초연금 등 의무지출 개편 방안도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에 담기지 않았다. 의무지출이란 법령에 지출 근거와 규모가 명확히 규정돼 예산 편성 시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항목을 말한다. 현재 만 7세 이하인 아동수당 지급 대상이 내년부터 매년 1세씩 오르고, 지역화폐 등도 추가되면서 의무지출은 매년 급증할 예정이다. 기재부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2025년 365조 원에서 2029년 465조7000억 원으로 연평균 6.3%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내년 조세지출 규모는 80조5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4조 원 증가한다. 조세지출은 면제(비과세)하거나 깎아주는 방식(감면)으로 세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다.

굵직한 예산 구조조정이 후순위로 밀리면서 올해 1302조 원 수준인 국가채무는 2029년 1789조 원까지 급등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49.1%에서 58.0%로 치솟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지자체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것과 달리 지방 교육청 곳간은 여유로운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교부금에 연동하는 내국세 비율 등의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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