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인구 대국 인도가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인도는 낮은 소비력과 열악한 사업 환경 탓에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더딘 곳이었지만, 최근 소비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넥스트 차이나’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 오리온 제공 2004년 인도에 진출한 롯데웰푸드는 최근 현지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7월 인도 법인 ‘롯데인디아’와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브모어’를 합병한 데 이어 인도 하리아나 공장에 330억 원 규모의 빼빼로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인도 매출은 전년보다 12.5% 늘었다. 2018년 인도에 현지 법인을 세운 오리온은 2021년 인도 라자스탄 주에 생산 공장을 세웠고, 2023년 말에는 초코파이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했다. 올해 상반기 인도 매출은 전년보다 14% 증가했다.
사진 이마트24 제공 편의점 업계에서는 이마트24가 처음으로 인도에 진출했다. 지난달 21일 인도 푸네에 1~2층, 80평(264㎡) 규모의 1호점을 열고 떡볶이, 김밥, 라면 등 K푸드를 판매하고 있다.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 업계도 인도 진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스킨1004는 2023년 인도 진출 이후 현재까지 인도 내 오프라인 매장 16곳에 입점했다. 올해 1~7월 매출은 전년 보다 약 345% 늘었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는 연내 뭄바이에 현지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현대차그룹도 1998년 인도 시장 진출 이후 생산·판매망을 확대해왔다. 2023년에는 GM의 인도 공장을 인수하면서 현지 생산분을 인도 내수 뿐 아니라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60만5433대를 판매해 현지 역대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올해 5월 6억 달러(약 8376억 원)를 들여 제3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2829억 원으로 최초로 연간 매출 4조 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인도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소비 여력이 큰 중산층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연 가처분 소득이 1만 달러 이상인 인도의 중산층 가구는 2015년 1억6000만 가구에서 올해 2억8000만 가구, 2033년에는 3억600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활동이 가능한 젊은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소비시장으로서 매력적인 요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분석에 따르면 인도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2000년 60.9%에서 2021년 67.5%로 확대됐다. 김경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인도남아시아팀장은 “중산층이 늘고 소비력이 커지면서 인도에서도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춘 제품이 인기를 끄는 추세”라며 “한국 기업 제품들이 이런 포지션에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경제 성장률도 가파르다. 인도 국가통계청(NSO)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인도 GDP 성장률은 시장 전망치(6.7%)를 상회하는 7.4%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는 올해부터 인도가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경제대국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담겼다.
한한령 이후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구 구조가 유사한 인도가 대체 시장으로 부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K-콘텐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갖는 소비자들이 많은 등 한류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라는 점도 국내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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