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인당 GDP, 대만에 추월 당할듯
상반기 대만 수출 27% 늘때
韓, 내수부진에 0.03% 줄어
“韓, 초격차 기술 없으면 도태될 것”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이 부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반도체와 전자부품 분야에서 ‘대체 불가’ 위치를 확보한 대만에 따라잡히고 있다. 대만 정부는 올해 경제가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한국보다 앞서 내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대전환의 시기에 한국도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 대응하지 못할 경우 대만 경제를 다시 따라잡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대만의 수출 총액은 2851억916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7.1% 급증했다. 한국의 상반기 수출(3347억6284만 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0.03%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글로벌 AI 반도체 수요 증가의 수혜는 양국이 함께 입었다. 하지만 내부 사정과 산업 구조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에 따른 내수 부진 장기화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2.0%)은 대만(4.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한국은 0.9%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대만(4.5%)과 성장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무역환경 불확실성 증대도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대만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는 미국의 품목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반면 한국은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탓이다. 한국도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상반기 기준 18.1%)이 상당하지만 대만(32.7%)보다는 훨씬 낮다.
대만의 수출 증가세는 하반기(7∼12월) 들어서도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대만의 8월 수출액은 584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4.1%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액(584억 달러, 약 81조 원)을 추월한 규모다. 한국이 대만에 월간 기준 수출액을 역전당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대만의 수출 급증은 고스란히 성장세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대만의 실질 GDP는 작년 동기 대비 8.0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0.6%에 그쳤다.
이에 따라 1인당 GDP 4만 달러도 대만이 한국보다 먼저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만 통계청은 당장 내년 1인당 GDP가 4만1019달러에 달해 사상 처음 4만 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2027년에야 1인당 GDP(4만526달러)가 4만 달러를 넘길 예정이다.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되는 주식시장에서도 양국의 격차가 극명하다. 지난해 대만의 GDP는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 45% 수준이지만 증시 시총은 2조3320억 달러로 한국(1조5230억 달러)의 153%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대만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를 꾸준히 끌어들이며 한국보다 약 3배 더 상승한 결과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이 반도체 메모리에만 특화된 반면 대만은 비메모리 분야까지 가치사슬을 넓게 형성해 대체 불가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여러 산업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잠재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한 채 AI 대전환의 시대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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