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는 28일 전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하는 신작 ‘미키 17’로 관객과 만난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봉준호 감독의 8번째 장편 영화다.
‘미키 17’은 개봉 전부터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2019)으로 영화계 최고 권위로 꼽히는 칸 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을 석권한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복귀작이다. ‘설국열차’(2013) ‘옥자’(2016)에 이은 세 번째 영어 영화로, 할리우드 자본 투입된 봉준호표 SF 블록버스터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도 컸다.
이같은 기대감은 예매율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미키 17’의 예매율은 67.9%로 70%에 육박했다. 예매관객수는 30만 8082명이다. 2위인 애니메이션 퇴마록은 5%를 기록, 1위인 ‘미키 17’과 예매율 격차가 상당하다.
미키17 스틸
이번 신작 ‘미키 17’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다. 최근 런던 월드 프리미어 이후 제75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베를리네 특별 상영 부문으로 초청받아 상영됐고, 국내에서도 지난 17일 취재진에 처음 공개됐다. 인디와이어는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호평한 반면, BBC는 “심각한 실망”이라고 표현했고, 국내에서 역시 전적인 극찬보다는 “‘설국열차’와 ‘옥자’ 사이의 영화”라는 기시감에 대한 평이 대부분이다.
‘미키 17’이 흠 잡힐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의 전작과 비교했을 때 임팩트가 덜하다는 점에서 아쉬운 평가도 이어졌다. ‘기생충’의 경우 블랙코미디부터 스릴러까지 놀라운 장르 전환과 예측 불가능한 반전, 여기에 빈부격차라는 갈등과 메시지를 녹인 연출이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설국열차’는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가 얼어붙고 살아남은 인류가 열차에서 계급 사회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독창적인 설정부터 큰 재미와 몰입감을 주며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미키 17’은 결말 또한 매우 대중적인 선택으로, 그간의 작품들의 서사적인 측면과도 비교했을 때 아쉽다는 반응을 낳았다.
그럼에도 ‘미키 17’에서 선보인 봉준호 감독의 복제 인간과 생명 경시, 노동 착취와 같은, SF 장르에 녹인 사회적 메시지와 비극에 유머를 녹인 특유의 냉소적이고 예리한 블랙코미디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인물 ‘미키’는 캐릭터와 관객 사이 강한 동질감을 형성한다. 미키는 목숨이 걸린 위험한 일을 하다 죽으면 똑같은 상태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이자 극한직업 노동자로, 사망 당시 고통스러운 기억을 그대로 안고 복제되는 비극을 가진 인물이다. 아무도 그의 되풀이 되는 고통과 비극에 관심을 주지 않고 갖은 생체 실험에 이용하는 인간성의 상실은 현대사회 노동 문제도 적나라하게 풍자한다.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봉준호 감독의 최대 복병은 그의 전작들이다. 전작인 ‘살인의 추억’(2003)은 525만명, ‘괴물’(2006) 1300만명, ‘마더’(2009)는 300만명, ‘설국열차’(2013)은 935만명, ‘기생충’(2019)은 1031만명을 각각 동원했다. 작품성은 물론, 흥행력 또한 모두 갖춘 거장인 만큼, 영화계에서는 ‘미키 17’이 극장가에 활력을 되찾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다수의 관계자들은 “‘미키 17’의 흥행이 극장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 주길 바란다”고 희망하며 “이는 향후 개봉하는 국내 작품들에도 고무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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