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동강제 분리 원주민 기숙학교를 국립기념물로 지정

  • 뉴시스(신문)
  • 입력 2024년 12월 10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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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동화정책 강압기 펜실베이니아주의 칼리슬 기숙학교
9일 백악관에서 원주민 지도자들 초청, 대표회의 끝에 밝혀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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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에 남아있는 옛 미국 원주민기숙학교 한 곳을 국립역사기념물로 9일(현지시간) 지정했다.

이는 원주민 동화정책으로 미 원주민 부족의 어린이들을 강제로 부모에게서 분리시켜 원주민 기숙학교에 입학시킨 수 백건의 비슷한 폭력적 사례들을 잊지 않기 위한 것이며 그에 따라준 원주민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바이든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원주민 지도자들과 정상회의를 가진 뒤 “칼리슬 연방 인디언기숙학교 국가 기념물”의 지정을 발표했다.

악명 높았던 칼리슬 인디언 산업학교는 1918년 문을 닫을 때까지 올림픽 대표선수 짐 소프를 비롯해 수 천명의 원주민 어린이들이 강제로 입교해 거쳐갔다.

그 당시 아이들은 수십개 원주민 부족 출신으로 정부가 미국 원주민의 전통문화를 없애고 아이들이 백인 사회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문명화” 교육을 시킨다는 동화정책 때문에 강제 입학을 해야 했다.

칼리슬 학교는 그런 타입의 학교로는 최초의 견본과 같은 곳이었으며 정부가 후원하는 그런 원주민 기숙학교들은 나중에는 최소 37개주가 넘는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회의에서 “칼리슬학교에는 140개 이상의 원주민 부족들의 아이들 7800여명이 가족들과 부족, 고향 땅에서 강제로 탈취되어 입교했다. 칼리슬 인디언학교를 전국의 모델로 삼은 것은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역사를 지우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단단히 기억해야만 한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말했다.

옛 학생이었던 소프의 증손자 제임스 소프 코사코프스키(54)는 바이든대통령의 역사 유물 지정에 대해 “미국 연방 정부의 강제동화정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역사적 결단이며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일리노이주 엘번의 주민인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그 옛날 나의 증조부가 이 학교 기숙사 방에 살면서 공부하고 훈련을 받았던 곳을 둘러보니 웬지 눈물이 났다. 증조부는 이 곳에서 나의 증조할머니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고 내가 태어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당시 아이들은 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 입학했고 알래스카 원주민을 비롯한 여러 원주민 부족의 어린이 약 187명이 칼리슬기숙학교에서 폐결핵 등 갖가지 질병으로 사ㅏㅇ했다.

바이든은 역사유물 지정후 사과하면서 “칼리슬 학교의 옛 학교를 국립역사기념물로 지정하는 것은 미국 역사의 부끄러운 부분 역시 보존하고 잊지 않으며 과오를 반복하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곳에서는 학교 터에 묻혔던 아이들의 유해 발굴과 이를 고향으로 귀환시키는 작업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칼리슬 뿐 아니라 이후 수 많은 원주민 기숙학교가 전국에 생겼고 오늘 날 까지도 원주민 사회에서는 어렸을 때 칼리슬 같은 기숙학교에서 강제로 세월을 보냈던 수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들이 지금도 전해져 오고 있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150년 이상 계속된 연방 정부의 이 공립 기숙학교제도로 학교에서 숨진 원주민 어린이들의 수는 최소 973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내무부가 진행한 실태조사와 여러 공개 청문회에서 피해자들은 어렸을 때 학교 기숙사에서 매를 맞거나 원주민 언어로 이야기 했다는 이유로 머리를 삭발당하는 처벌을 받는 등 폭력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 원주민어린이 강제동화 정책은 1978년 인디언 아동복지법이 제정 되면서 공식적으로는 끝이 났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 기숙학교 제도에 대해서 한 번도 완전한 수사를 한 적이 없었고 바이든 정부에 이르러 처음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월에 미국정부의 강제동화정책과 기숙학교 제도에 대해서 공식 사과했다.

자신의 조부모도 강제로 부모와 분리되어 기숙학교에 입학했었다는 뎁 할런드 내무부장관은 그런 제도의 폐해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지만, 바이든 정부의 노력으로 지금은 정부의 유해한 과거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더 많이 알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 상처의 기억은 원주민들에게는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미국의 대다수 국민과 신세대에게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일 것”이라고 그는 기념물 지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한편 백악관에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더 많은 기숙학교들을 공공 유물로 지정해달라는 원주민 사회의 청원이 잇따라고 있다.

[해리스버그(미 펜실베이니아주=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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