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스로 “왕이여 영원하라”…자치행정까지 무소불위 개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20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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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공언한 ‘뉴욕 혼잡통행료 폐지’ 밀어붙여
민주당 주지사 “왕정 아닌 법치국가” 소송전 예고

19일(현지 시간) 백악관은 마치 타임지 표지를 연상케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림을 올렸다. 뉴욕 맨하튼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금색 왕관을 쓴 트럼프 대통령 그림 밑에는 ‘왕이여 영원하라’는 말을 적었다. 출처: 백악관 X 계정
19일(현지 시간) 백악관은 마치 타임지 표지를 연상케 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림을 올렸다. 뉴욕 맨하튼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금색 왕관을 쓴 트럼프 대통령 그림 밑에는 ‘왕이여 영원하라’는 말을 적었다. 출처: 백악관 X 계정

취임 이후 국내외적으로 막강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며 ‘권위주의 정부’ 논란을 낳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州) 차원의 정책에 개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교통장관을 통해 뉴욕시 맨해튼의 ‘혼잡 통행료’를 폐지시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의 혼잡 통행료 폐지를 선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왕(KING)’이라고 칭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숀 더피 교통장관은 이날 캐시 호컬 뉴욕주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뉴욕 주가 지난달 5일부터 실시한 ‘혼잡 통행료 징수’를 중단시키겠다고 통보했다. NYT는 “더피 장관이 정확히 언제부터 통행료 징수를 중단시킬지는 밝히지 않았다”면서도 “통행료 징수를 위한 연방 승인을 철회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미국을 구성하는 50개의 주들은 헌법에 의해 제각각 독립적인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인정받고 높은 수준의 독립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인 호컬 주지사가 이끄는 뉴욕의 정책에 대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반감을 드러내 왔다. 지난해부터 부과가 공표됐던 혼잡 통행료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혼잡통행료를 즉시 없앨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날 조치는 당시의 약속을 현실화 한 것이다.

미 전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뉴욕의 혼잡통행료는 맨하튼 내의 차량 통행량을 줄이고, 통행료 부과를 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낙후한 뉴욕 지하철 등 공공 교통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5일부터 맨하튼에 진입하는 차량들은 기존에 납부하던 다리 통행료나 터널 통행료와 별개로 주요 시설이 몰려 있는 60번가 아래쪽에 진입할 경우 9달러(약 1만3000원)의 혼잡 통행료를 별도로 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 타워 역시 56번가와 57번가 사이에 있어 혼잡 통행료 구역 안에 포함된다.

뉴욕의 혼잡 통행료 징수는 도입 검토 단계부터 자동차로 맨하튼을 오가는 인근 뉴욕 및 뉴저지 주 주민들 사이에 거센 찬반 논란을 낳았다. 교통비의 급격한 증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도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이후 플로리다로 주거지를 옮겨 더 이상 뉴욕 주민이 아니지만 본인이 태어나고 자라며 70년 이상을 산 뉴욕에 대해 유독 높은 관심을 드러내 왔다. 혼잡 통행료 이슈 역시 민주당을 공격하는 동시에 이에 반대하는 민심을 사로잡아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데 활용해 왔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혼잡 통행료는 죽었다. 맨하튼과 뉴욕 전체는 구원받았다. 왕이여 영원하라!”라고 글을 남겼다. 이후 백악관은 백악관 공식 X(옛 트위터) 계정과 인스타그램에 마치 타임지와 같은 잡지 표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실린 듯한 그림 이미지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부터 유독 타임지 표지에 집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그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맨하튼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왕의 금색 왕관을 쓴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는 즉각 트럼프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호컬 주지사는 X에 “우리는 왕이 다스리는 국가가 아니라 법치국가”라며 “법정에서 보자”고 트윗했다. 이어 기자회견을 통해 “혼잡 통행료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이는 우리의 주권적 정체성과 워싱턴(연방 정부)으로부터의 독립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NYT는 “뉴욕의 통행료를 관리하는 도시교통국도 연방 정부의 명령에 반발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방 정부에게는 법원 판결이 없는 한 혼잡 통행료를 즉시 종료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혼잡 통행료#뉴욕시#맨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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