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매카시 DGA그룹 파트너가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유명 로비업체 DGA그룹의 저스틴 매카시 파트너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 방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해 한국의 대미 투자 성과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백악관 입법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매카시 파트너는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이 DGA그룹에 의뢰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 등을 분석했다.
매카시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사례를 잘 정리해 스토리텔링을 할 필요가 있다”며 “미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자동차 등 미국인도 잘 아는 한국 기업들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표명한 조선업 협력에 대해선 “통상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성과로 내세우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율 관세 부과를 막기 위한 사전 협의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현실화됐을 때를 대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매카시 파트너는 “당시 쌓은 한국 정부의 노하우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당국 차원의 기억(institutional memory)’으로 존재한다” 며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텐데 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라고 했다.
최근 통상전쟁 국면에서 잘하고 있는 나라로는 멕시코를 꼽았다. 그는 “워싱턴 정가에선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에서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힌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실용성과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 양국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미대사관 컨설팅은 어떤 작업이었는가. “정권 인수위 기간이었던 지난해 11, 12월 2개월간 차기 행정부의 통상 분야 정책 기조와 관련한 조언을 했다. “인사가 곧 정책”이라는 워싱턴 정가의 오래된 말이 있다. 요직에 누가 발탁될 지가 중요한 시기라 관련 정보 또한 제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얻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와 제조업 활성화를 중요하게 본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외에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제3국을 통해 미국에 유입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 협상에서 미국이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통상 측면에서는 농업, 자동차 등 한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의 확대를 원할 수 있다. 철강 등 중국 문제에 대한 확답도 줘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비 재협상 가능성이 있지만, 한미 동맹의 전반적인 기조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
-한국은 어떤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할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이라는 매우 훌륭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하는 데 힘써야 한다. 공장이 들어온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식당과 이발소, 주유소가 새로 문을 열었다.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미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이 있는 현대자동차 등 미국인도 잘 아는 한국 기업들의 네임밸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 협력에 관심을 표했는데. “통상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책(silver bullet)’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과 소재’로 잠재력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군을 재건하겠다고 약속했고, “선박을 하루에 한 척씩 건조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발언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그가 미국인에게 성과로 말하기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관세 협상을 대비하며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일단 새로운 관세가 부과된 후 이를 철회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 80여 년간 사용되지 않은 방법이지만 대통령이 즉각 관세를 매길 방법이 존재한다. 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 정부에 최선의 ‘계획안(playbook)’은 무엇일까.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과정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각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텐데 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다. 당시 쌓은 한국 정부의 노하우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당국 차원의 기억(institutional memory)’으로 존재한다.”
-한국은 정상 외교가 어려운 상황인데 영향을 줄까. “정상 외교는 항상 도움이 되지만 ‘바늘을 움직이는(move the needle)’ 식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도와 일본 사례를 봐도 그러하다. 미국은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의 정상회담 당일에 상호관세를 발표했고, 일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의 정상회담 다음 날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발표했다.”
-협상이 언제쯤 본격화될까. “1~2주 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인준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관계부처의 차관급 인사가 아직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고위급 실무협상이 원활하기 진행되기 어렵다. 조만간 차관급까지 임명을 마치면 급물살을 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관세를 활용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발표한 각서(memorandum)에 주목해야 한다. 유세 기간에 말한 사실상 모든 공약을 담았다. 선거용 발언(campaign talk)이 정치적 수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무역 시스템과 전 세계 모든 무역 파트너와 관계에 있어 놀라울 정도로 급진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관세와 관련된 발표가 계속해서 쏟아질 것이다.”
-그 중 한국에 영향을 줄 내용은 무엇인가. “각서 내용 중 7, 8개 정도가 해당한다. 대미 무역 흑자, 부가세 등의 비관세 장벽,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지적했는데 모두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다. 한국 기업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거점을 뒀기 때문에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재검토 문제에도 엮여있다.”
-이번 관세 협상 국면에서 잘하고 있는 나라를 꼽는다면. “워싱턴 정가에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실용성과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불법 이민과 마약 단속에서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밝혔는데, 앞으로의 협력을 위한 토대를 잘 닦고 있다고 본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양국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