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톰]
美 광물협정-전쟁 패배 택일 압박… 초안에 ‘안보보장’ 없어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다면 협정에 서명해야”… 美 중동특사 “이번 주내 체결 예상”
유럽 정상들, 키이우 찾아 종전 논의… 佛-英, 우크라 안보분담 카드 꺼낼듯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하루 앞둔 23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미국이 불공정한 광물협정을 강요한다고 반발하면서도 “미국의 조건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키이우=AP 뉴시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조건이 즉시 제공된다면 대통령직을 맞바꿀 수 있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 광물협정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스티븐 윗코프 미 백악관 중동특사)
2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주년을 맞아 종전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광물협정이 조만간 체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협상의 핵심 사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분명한 안보 보장을 재차 강조하며 나토 가입과 자신의 거취를 맞바꿀 수 있다고 했다. 또 “(불만족스럽더라도) 어쩔 수 없다면 우리는 (광물협정을 체결)해야 할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이에 대해 외신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협상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 美 “광물협정 받아들이거나, 전쟁 지거나” 압박
23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추가로 제안한 광물협정 초안에도 미국의 향후 안보 보장 내용이 빠져 있어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대가 없는 자원 이전 요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압박 수위를 높이며 ‘광물협정을 받아들이거나, 전쟁에 지거나’의 선택지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미군 투입을 거부하며, 광물협정을 통한 미국 기업 체류가 사실상의 안보 보장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광물협정이 군사 지원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보장한다”며 “나는 이를 경제적 안전 보장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향후 10세대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광물협정에서 요구한) 5000억 달러 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미국의 안보 지원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했다. 그는 “만약 미국의 조건이 ‘협정에 서명하지 않으면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아마 그것에 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광물협정 타결을 낙관하는 분위기다. 윗코프 특사는 23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주 내에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일방적인 종전협상에 불만을 제기한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라고 독설을 퍼부으며 강하게 압박한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 유럽 정상들 키이우 모여 美 종전안 대응 논의
종전 협상에서 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배제한 채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미국에 맞서 유럽은 힘을 모으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X에 “생존을 위한 이 싸움에서, 위태로운 것은 우크라이나의 운명만이 아니다. 그것은 유럽의 운명”이라고 썼다.
24일과 27일 미국을 각각 방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3일 통화를 갖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단결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두 정상은 방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안보 분담’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 후 원자력발전소 등 우크라이나의 주요 인프라에 3만 명가량의 유럽군을 주둔시킬 수 있다는 것. 다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공군 지원 없이는 계획을 실현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은 두 정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 방위비 증액 계획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의 모든 회원국이 올 6월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대러 제재 해제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은 24일 러시아산 1차 알루미늄 수입 중단을 포함한 제16차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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