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우크라에서 한국군과 싸울 것’이라고 들었다”

WSJ, 북한군 생존 포로 2명 인터뷰
“‘잡히기 전 자폭’ 지시…항복=반역”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붙잡힌 북한군 포로가 “(파병 전) 우크라이나를 돕는 한국군과 싸우게 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 시간) ‘붙잡힌 북한인들이 그들이 이해하지 못했던 전쟁에서 러시아를 위해 싸운 일화’ 제하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에 응한 북한군 백모(21)씨는 양쪽 다리에, 리모(26)씨는 팔과 오른팔과 턱에 총상을 입고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시설에 수용돼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생포된 북한군은 이들 2명이 전부다.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은 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우크라이나군이 아닌 현지에 파병된 한국군과 전투를 벌일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며칠 뒤 현지에 도착해서는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돼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다가 사로잡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체포를 피하고, 필요하다면 자폭하라”는 지시를 들으며 전선에 투입됐다. “적에게 항복하는 것은 반역”이라는 교육도 있었다고 한다.

소총수인 백씨는 2021년 17세에 북한 정찰총국의 특수부대에 징집돼 복무해왔다. 백씨의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회사원으로 소득 상위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씨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극동에서 러시아군의 드론 대응 훈련을 받은 뒤 비행기, 기차, 버스를 갈아타고 쿠르스크로 이동해 전선 인근 벙커에 배치됐다.

백씨는 지난 1월 초 우크라이나군의 전술도로를 봉쇄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돼 장애물을 설치하다가 우크라이나군 포격과 공습을 받았다.

중상을 입은 그는 교육받은대로 포로로 잡히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생각을 했으나, 곧바로 의식을 잃고 5일간 한 자리에 누워있다가 지난 1월 9일 붙잡혔다고 한다.

저격수인 리씨의 상관은 “한국(남한)군이 우크라이나와 함께 (러시아군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리씨 역시 백씨와 같은 날인 1월 9일 붙잡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진지를 공격하는 3인 분대에서 혼자 생존했다. 팔과 턱에 총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한편 얼굴과 성씨를 공개하고 인터뷰에 나선 이들은 귀국에 대한 우려를 내보였다.

WSJ는 “한국은 이들을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했고, 이 중 한 명은 WSJ에 남한으로 망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백씨는 자신을 포로로 잡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해 “외국인들은 우리와 매우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과 우리 사이에 아무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키이우 수용소에서 치료받으면서 ‘이태원 클라쓰’ 등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 백씨는 한국에 대해서도 “결국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