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美시민권자’ 논란 이란 부통령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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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 자리프, 강경파 반발 못 버텨
재무장관도 불신임… 정권 타격 우려

이란 정계의 대표적 온건 개혁파 인사로 꼽히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부통령(65·사진)이 3일 사의를 밝혔다. 미국 유학파 출신인 자리프 부통령은 미국에서 태어난 두 자녀가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이중 국적자라는 사실에 강경파가 강하게 반발하자 버티지 못했다. 다만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그의 사의를 수용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국영 IRNA통신 등에 따르면 자리프 부통령은 이날 ‘X’에 “페제슈키안 행정부에 대한 강경파의 추가 압박을 막으려면 장관직을 사퇴하라”는 일각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썼다. 또 “나와 가족은 가장 끔찍한 모욕, 중상, 위협을 겪었다. 40여 년간의 공직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토로했다.

영국의 이란 전문매체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자리프 부통령의 사퇴 의사 공개에도 일부 강경파는 “자녀의 이중 국적 문제로 사퇴해야 할 인사가 더 있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강경파 인사 중에서도 자녀를 미국에 유학시킨 사람이 있어 ‘내로남불’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이란은 2022년 10월 이중 국적을 가진 국민, 이중 국적의 가족을 둔 사람 등이 정치적 직책을 맡는 것을 금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한 논란이 일자 페제슈키안 정권은 자리프 부통령의 자녀처럼 비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얻은 경우 부모가 공직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자리프 부통령은 개혁파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2013년 8월∼2021년 8월 외교장관을 지냈다. 특히 그는 2015년 이란과 미국 등 서방 5개국이 2015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할 당시 이 협상을 주도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집권 시기(2021년 8월∼2024년 5월)에는 야인으로 지냈지만 지난해 7월 개혁파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취임하자 행정부에 복귀했다. 일각에선 그가 미국과의 핵합의 복원 등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한편 2일 압돌나세르 헤마티 이란 재무장관 또한 물가 급등, 리얄화 급락 등에 따른 책임을 지고 의회에서 불신임됐다. 내각 주요 인사의 연이은 공백이 페제슈키안 정권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란#자리프 부통령#자녀 이중 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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