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소비’ 31번 꺼내며 내수 강조
재정적자율 높여 돈 풀기 예고
2% 물가상승 목표, 21년만에 최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둘째 줄 왼쪽)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회식에서 리창 총리(둘째 줄 오른쪽)로부터 인사를 받고 있다. 이날 리 총리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베이징=AP 뉴시스
내수 부진에 이어 미중 통상전쟁에 직면한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지난해에 이어 3년 연속 ‘5.0% 안팎’으로 제시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 부과로 중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던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내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돈 풀기’를 예고했다.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5% 안팎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우리의 성장 잠재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여건을 고려했다”며 “어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통상 압박이 심화됨에 따라 중국 내에선 내수시장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리 총리의 연설에서도 ‘소비’라는 표현이 작년 21회에서 올해 31회로 크게 늘었다. 그는 “국내적으로 지속적인 경제 회복과 성장 기반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며 “유효 수요가 약하고 특히 소비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중국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치를 3%에서 2%로 낮췄다. 중국이 물가 목표치를 3% 미만으로 정한 건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이는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기조를 공식화하고, 대책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중국은 올해 재정적자율 목표를 역대 최고 수준인 GDP 대비 4%로 높이기로 했다. 초장기 특별 국채를 지난해보다 3000억 위안(약 60조 원) 늘어난 1조3000억 위안(약 260조 원) 규모로 발행할 방침이다. 이 중 3000억 위안은 이구환신(以舊換新·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을 새것으로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에 쓸 예정이다.
지난해 인공지능(AI)과 다른 산업의 융합을 강조한 ‘AI+’ 개념을 처음 제시한 리 총리는 올해도 AI+의 지속적인 추진을 강조했다. 올해 중앙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3981억1900만 위안(약 80조 원)으로 책정됐다. 지능형 커넥티드 차량, AI 지원 휴대전화·컴퓨터, 지능형 로봇 등의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올해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7.2% 늘어난 1조7847억 위안(약 357조 원)으로 정해졌다. 이로써 중국의 국방예산은 4년 연속 7%대 증가율을 유지했다. 일각에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이 군사력 강화에 더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 총리는 대만과 관련해 “독립 분열주의와 외부 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평화통일’이란 표현이 빠졌고, 그 대신 “양안의 평화적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리 총리의 연설에 대해 “경기 침체, 미중 통상전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국가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려 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금 필요한 건 발표된 모든 조치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추가적인 재정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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