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부자가 가난한 아이들 죽여”…빌게이츠, ‘원조 삭감’ 머스크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9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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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로 죽지 않겠다” 20년간 남은재산 99% 150조원 기부

AP/뉴시스
AP/뉴시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가장 가난한 어린이들을 죽이는 건 보기 좋지 않다.”

8일(현지 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국제 원조 삭감을 주도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게이츠는 갑작스러운 국제 원조 삭감이 식량·의약품 부족과 전염병 창궐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미국 관료조직에 칼을 휘두르면서 사실상 국제개발처(USAID) 해체를 주도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게이츠는 머스크가 USAID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운영된 조직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머스크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와 착각해 모잠비크 가자 지방의 병원 지원을 중단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로 인해 가자 지방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모자 간 수직 감염 방지를 위한 병원 지원이 끊긴 것. 게이츠는 “그(머스크)가 그 돈을 삭감했으니 거기 가서 HIV에 감염된 어린이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전 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2012년 머스크는 게이츠와 워렌 버핏 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시작한 캠페인인 ‘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후 “자선은 대부분 허튼소리”라고 비난하며 기후 문제 해결에는 테슬라 같은 상업적 해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2022년 게이츠가 자신의 기업 테슬라의 주식을 공매도한 사실을 알게 된 머스크는 게이츠를 공개적으로 조롱하며 사이가 더 틀어졌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 차익을 보는 것을 이른다. 머스크의 전기를 쓴 작가 윌터 아이작슨은 게이츠는 이에 대해 머스크에 사과했으나, 머스크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게이츠는 자기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는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게이츠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내가 죽으면 난 그가 부유하게 죽었다라는 말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며 기부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난 앞으로 20년간 내 재산의 사실상 전부를 게이츠재단을 통해 전 세계의 생명을 구하고 개선하는 데 기부하겠다. 그리고 재단은 2045년 12월 31일에 영구적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가 전처인 멀린다와 2000년에 설립한 자선단체인 게이츠재단은 원래 게이츠가 죽은 뒤 20년을 더 운영한 뒤 활동을 종료할계획이었는데, 그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또한 그는 “우리는 앞으로 20년 동안 기부액을 두 배로 늘릴 것이다. 구체적인 금액은 시장과 인플레이션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난 재단이 지금부터 2045년까지 2천억달러를 넘게 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게이츠재단은 지난 25년간 1천억달러를 넘는 돈을 기부해왔다. AP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남은 재산의 99%를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며 이는 현재 가치로 1070억달러(약 150조원)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재단 운영 자금의 약 41%를 버핏이, 나머지는 게이츠가 기부했다.

#빌 게이츠#일론 머스크#국제 원조#게이츠재단#사회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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