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방국서 빠지자 美에 불만 시위… NYT “이스라엘 뒷전으로 밀려나”
하마스 지도자 신와르 사망 확인… 후티 근거지 예멘 서부도 공습
中-러, 美 견제하려 중동에 손짓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친 16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예멘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후티 반군의 근거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가자지구 전체를 장악하기 위한 이스라엘군의 ‘기드온의 전차’ 작전 개시 첫날인 이날 가자지구에서 최소 146명이 숨졌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후티의 주요 근거지 중 하나인 예멘 서부의 호데이다도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첫 순방으로 13∼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았지만, 이스라엘은 방문하지 않았다. 또 이스라엘과 긴밀한 협의 없이 이스라엘의 주적인 이란과 최근 핵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동 순방 도중 이스라엘과 긴장 관계의 시리아에 대해선 제재 해제를 발표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대규모 공격을 통해 중동 지역에 긴장을 끌어올려 미국에 불만을 제기하고, 내부 강경파를 달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중동 순방은 이스라엘이 뒷전으로 밀려난 새로운 역학 구도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이스라엘 내부에선 네타냐후가 미국 외교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 이스라엘, 가자-후티 고강도 공격
17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 캠프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모여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곳을 포함해 가자지구 전역에서 최소 146명이 이날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자발리아=신화 뉴시스
16일 밤 이스라엘군은 ‘기드온의 전차’ 작전 개시를 알리며 “가자지구에서 작전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광범위한 공격과 병력 동원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작전 개시 후 17일까지 가자지구 북부를 중심으로 한 공격으로 최소 146명이 숨졌다. 15일부터 사흘간으로 따지면 300명 넘게 사망했다. AFP통신은 18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개시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공세가 강화된 이튿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재개됐다. 영국 BBC방송은 하마스가 60일 휴전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을 대가로 이스라엘 인질 9명을 풀어주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18일에는 하마스 지도자 무함마드 신와르가 13일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휴전 협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의 격리구역 강제 수용을 검토 중이라는 영국 더타임스 보도가 나왔다. 미 NBC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별개로 가자 주민을 리비아와 시리아로 영구 이주하는 방안을 각국과 논의 중이다.
● 美 제재 해제로 투자 밀려드는 시리아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중동 정책을 상징하는 대(對)시리아 제재 해제는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해 모든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직후 시리아에 돈이 몰려들고 있다. 1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시리아가 세계은행으로부터 제공받았던 1550만 달러(약 2170억 원) 규모의 차관을 대신 상환했다. UAE 두바이의 정부 소유 기업 DP월드는 시리아 서해안의 항구도시 타르투스에 8억 달러(약 1조12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이란 핵 협상은 아직 본궤도에는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의 핵 합의 타결이 근접했다”고 밝혔지만 알리 하메네이 이란 국가 최고지도자는 날을 세웠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미국 대통령이 중동을 찾아 한 발언은 본인과 미국인들에 대한 수치”라며 “평화를 위해 권력을 사용하고 싶다더니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하메네이는 미국과의 핵협상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떠나자 견제구 던지는 중-러
중국과 러시아는 아랍권에 우호 메시지를 내며 미국 견제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축하 서신을 보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언제나 아랍 국가들의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이자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러시아-아랍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성사된다면 처음으로 러시아와 아랍연맹이 정상회의를 하게 된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랍연맹 회원국 22개국 정상을 올해 10월 15일 개최 예정인 러시아-아랍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긴밀히 협력했지만 아사드 정권이 지난해 12월 붕괴돼 중동 내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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