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北인권 증언 나오자…北대사 “탈북자는 쓰레기” 막말뒤 퇴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1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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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첫 북한인권 고위급회의 개최

2025.05.20. (외교부 제공)
“북한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주권을 침탈하기 위해 소집된 이 회의를 강력히 규탄한다. 더 유감인 건 부모와 가족조차 내버린 쓰레기(scum) 같은 인간들을 증인으로 초청한 것이다.”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가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의 고위급 회의장에서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단체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사상 처음으로 유엔 총회 차원의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것에 격앙돼 ‘쓰레기’, ‘인권 하수인’ 같은 말을 내뱉고 퇴장해 버렸다.

이날 유엔총회는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필레몬 양 유엔총회 의장 주최로 북한 인권침해 문제를 논의하는 고위급 전체 회의를 열었다. 그간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나 인권이사회 차원에서 다뤄진 것과 달리, 사상 처음으로 총회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조명한 것이다.

‘11살의 유서’ 작가이자 인권운동가인 탈북자 김은주 씨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제79차 유엔 총회의장 주최 북한인권 고위급 전체회의에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2025.05.20. (외교부 제공)
이는 지난해 12월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에 따른 것으로, 당시 결의는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다루기 위해 시민사회 관계자와 전문가의 증언을 듣는 고위급 회의를 열 것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장에는 탈북자 2명과 북한 인권단체 대표가 직접 참석해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주민 인권침해 상황을 고발했다. ‘11살의 유서’ 작가인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김은주 씨는 인신매매를 당해 고초를 겪었던 경험을 전했다. 탈북자 강규리 씨는 종교적 자유를 누릴 수 없는 북한의 현실과 한국 드라마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처형당한 친구의 이야기를 전했다.

116개국 300여 개의 북한인권 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한보이스’의 션 정 대표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북한 무기개발 프로그램의 원동력”이라며 유엔총회 차원에서 독립적인 전문가 기구 설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탈북자들의 발표 뒤 당사국 자격으로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김 대사는 이날 회의가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심 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책략과 조작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증언에 나선 탈북자들을 ‘쓰레기’라 부르는가 하면 북한인권위원회와 같은 인권 단체들을 ‘인권 하수인들의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사에 이어 총회 발언에 나선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북한의 인권 침해는 너무 오랫 동안 핵 위협에 가려져 왔지만 이는 이차적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핵과 인권 상황은 상호 간 깊이 연결돼 있고 북한 정권의 진정한 본질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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