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범을 줄이고, 포화 상태인 교정시설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22일 ABC 방송과 가디언에 따르면 샤바나 마무드 영국 법무장관은 “영국 일부 지역 내 20개 교도소에서 성 충동 억제 약물 치료를 시범 도입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무드 장관은 ‘화학적 거세’ 제도는 재범률을 최대 6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선행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의무화 여부까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성적 충동보다 권력이나 통제를 우선하는 범죄자에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마무드 장관은 “화학적 거세는 단독으로 시행돼선 안 되며, 성범죄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심리치료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체에 따르면 현재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교정시설에는 약 9만 명의 수감자가 수용돼 있다. 이는 지난 30년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범죄율 증가보다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따른 평균 형량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수감자들이 더 오래 교정시설에 머무르게 되었고, 수용 공간은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재범 예방과 수용 인원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조치로 성 충동 억제 약물 치료를 꺼내 든 것이다.
화학적 거세에 사용되는 약물은 전립선암 치료에도 쓰이는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로, 일정 기간 투여 시 성욕을 현저히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미국 일부 주에서는 가석방 조건으로 이 치료를 활용하고 있으며, 폴란드, 독일, 덴마크 등도 이를 채택하고 있다.
영국 내에선 윤리적 반발도 적지 않다. 심리학자 벨린다 윈더 교수는 가디언에 “강제 약물 치료는 오히려 범죄자들이 다른 범죄로 전환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신과 전문의 돈 그루빈 교수 역시 “의사는 사회 통제를 위한 대리인이 아니다”며 “건강상의 이유가 아닌 위험 통제를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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