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간 ‘외교선물’의 세계… 트럼프家 이해충돌 논란 가열
아들들, 부동산-암호화폐 사업 박차
트럼프가 힘 실어주는 듯한 분위기
가족 사업-정치 얽혀 ‘윤리적 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카타르 항공기 선물 논란 외에도 사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일가의 사업체가 재집권 후 한 달 만에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이달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 때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이 이끄는 ‘트럼프 그룹’이 대규모 사업을 벌이고 있는 나라들이다. UAE 두바이에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및 타워가, 카타르 도하에는 트럼프 골프장이, 사우디 제다엔 트럼프 타워가 각각 들어설 예정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모두 각 나라 정부와 산하 투자회사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타르, 사우디, UAE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결혼한 재러드 쿠슈너가 설립한 투자회사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에도 다양한 형태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일가는 암호화폐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도 이해충돌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9월 트럼프그룹이 설립한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엔 트럼프 대통령의 장차남뿐만 아니라 멜라니아 여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막내아들 배런도 참여한다. 최근 UAE가 지원하는 회사에서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22일(현지 시간)엔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취임을 맞아 발행한 밈코인(농담이나 유행어 등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코인) ‘$TRUMP’ 보유자 중 상위 220명을 백악관 만찬에 초청하기도 했다. 이중 최상위 25명이 보유한 밈코인 규모는 총 1억4000만 달러(약 19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미국을 ‘세계 암호화폐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적극적인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재집권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조 바이든 행정부의 디지털 자산규제 정책을 철회하고, 전략 비트코인 비축을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가족 사업의 이해 충돌 논란을 제기한 기자들에게 “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중동 순방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사우디 국부펀드가 지원하고 트럼프 일가 소유 골프 사업체가 연관된 LIV 골프대회를 거론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자산 관리권을 가족에게 넘겼기 때문에 이해 충돌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일각에서도 “트럼프 일가의 이익이 현직 대통령 본인의 이익과 직결됐다”고 비판한 만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차남 헌터에 대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이사 재직 당시 부패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이란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 이익 논란은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몰락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닉슨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뭔가를 한다면 그건 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란 말을 남겼다.
줄리언 젤리 프린스턴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트럼프 일가는 ‘백주대낮에 카메라 앞에서 대놓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에 불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며 “의회에서 제대로 된 관련 규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백악관에서 사업과 정치, 정책이 뒤섞이는 ‘윤리적 위기’가 재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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