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행한 ‘밈 코인’(유행을 반영해 만든 가상화폐)의 상위 보유자 220명이 22,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골프 리조트에서 비공개 만찬을 즐겼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2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여러분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다”며 바이든 전 행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를 비판했다. 다만 23분간 연설한 그는 참석자와 개별 대화는 나누지 않은 채 행사장을 떠났다. NYT에 따르면 한국인 암호화폐 사업가 중에는 디지털 자산관리기업 하이퍼리즘의 오상록 최고경영자는 행사에 참석했고, 이 회사 임원인 라수경 씨는 행사 초청자 명단에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다만 초청자 중 2023년 3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한 중국계 쑨위천(孫宇晨·35)이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가상화폐 ‘트론’의 창시자인 그는 카리브해 그라나다, 세인트키츠네비스 등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트럼프 밈 코인의 최대 보유자로도 알려져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 2월 법원에 쑨 씨와 관련한 소송을 일시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쑨 씨가 트럼프 대통령의 세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에릭, 배런이 설립한 암호화폐 업체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7500만 달러(약 1030억 원)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돈을 받고 범죄 혐의자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 거세다.
23일에는 같은 곳에서 트럼프 밈 코인 상위 보유자 25명만을 초대한 별도 행사가 열렸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소규모 만남, 비공식 백악관 투어를 가졌다. 22, 23일 양일간 행사장 주변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가상화폐 부패를 중단하라”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