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이어 격투기…로봇 기술 맘껏 뽐낸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6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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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중국중앙(CC)TV
사각 링 위에서 발차기를 주고받던 선수들이 서로를 끌어 앉은 채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심판이 다가와 선수들을 떼어놓자 다시 힘차게 주먹을 뻗었다. 헤드기어와 권투 글로브를 낀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드를 올리고 서 있는 자세가 영락없이 사람과 같았다. 다만 경기장에는 주먹이 살을 때리는 소리 대신 금속 마찰음이 울려퍼졌다.

26일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저장성 항저우에서 중국중앙방송총국(CMG)이 주최한 ‘CMG 세계 로봇 대회’가 열렸다. 휴머노이들 로봇들이 겨루는 세계 첫 로봇 격투 대회다. 지난달 로봇 하프 마라톤에 이어 중국 로봇의 발전을 과시하고, 특수한 상황에서 로봇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또 한번 마련된 것이다.

이번 대회는 중국 로봇제조업체 유니트리의 ‘G1’이 선수로 참여했다. 지난해 출시한 모델로 약 1.3m미터의 키에 무게는 35kg이다. G1은 올해 3월 액션스타 리샤오룽(李小龍, 영어 이름 브루스 리)처럼 720도 돌려차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고,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로봇 마라톤 대회에도 참여했다.

링 위에 선 로봇들은 인간 심판의 지시에 따라 경기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서로 주먹과 발차기, 무릎 공격을 쉴새 없이 주고 받았다. 점수 채점 방식은 머리와 몸통을 손으로 타격하면 1점, 다리로 유효타를 만들면 3점으로 정했다.

출처: 중국중앙(CC)TV
출처: 중국중앙(CC)TV
로봇들은 이날 초청받은 ‘인플루언서’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링 밖에서 조정기를 잡은 인플루언서가 ‘발차기’, ‘훅’ 등의 지시를 내리면 로봇이 실행하는 것. 다만 공격해야 할 대상의 위치를 찾고, 해당 시점에서 적합한 공격 방식과 균형을 잡기 위한 자세 등은 로봇이 직접 판단해 동작을 완료하는 방식이다.

다소 당혹스런 장면들도 연출됐다. 로봇이 한순간 상대 선수가 아닌 심판이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린 뒤 주먹을 휘둘렀다. 뒤로 물러선 심판은 다행히 주먹에 닿지는 않았다. 공격을 주도하던 로봇이 갑자기 뒷걸음질 치더니 링의 로프에 걸린 채 뒤로 넘어지기도 했다.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로봇들의 금속 표면에는 스크래치 등 ‘경기의 흔적’ 들이 남았지만, 이로 인해 작동을 멈추거나 고장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

격투는 상대 선수의 공격(방해)가 존재하고,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해야하는 등 실시간 상호 작용이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제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돌거나 혼자서 달리는 것보다 고차원의 기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저우디(周迪) 중국컴퓨터학회 지능형로봇전문위원은 “이런 능력은 산업 로봇의 장애물 회피나 구조 로봇의 돌발 상황 대응 등 시나리오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중국중앙(CC)TV
현장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이번 격투 대회에 대해 중국 로봇 기술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고 입을 모았다. 경제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이번 대회는 단순한 공연 이상이며, 휴머노이드로봇 분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협업 능력을 종합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창구”라고 이날 전했다.

중국은 마라톤과 격투 대회에 이어 8월 15~17일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서 ‘2025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는 인간의 올림픽에서 치러지는 달리기(100m, 1500m, 계주 등), 체조, 축구 경기들이 포함된다.

#로봇 격투#CMG 세계 로봇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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