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아키에 여사를 접견했다. 2025.05.30.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昭恵) 여사와 만났다.
러시아 타스통신, 일본 NHK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으로 아키에 여사를 초대해 환담을 가졌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아키에 여사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환영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키에 여사에게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22년 7월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단호해야 할 때와 강인해야 할 때를 아는 정치인이었다”며 “동시에 그는 매우 진실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러시아가 공개한 영상 속에는 아키에 여사가 푸틴 대통령의 말을 듣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담겨있다.
아베 전 총리는 생전에 푸틴 대통령과 27회 정상회담을 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두 정상은 평화조약 체결과 남쿠릴열도 영토 분쟁 해결을 시도했지만 결과를 맺지는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베 전 총리에 대해 “러일 관계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했고, 나와 개인적으로 매우 좋은 개인적 관계를 맺었다. 그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한 기억도 난다”면서 “그가 진심으로 러일 협력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합류하고 러시아의 비우호국 명단에 오르는 등 양국의 정치적 관계가 악화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2022년 4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일본은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했다.
아키에 여사는 “남편은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어려운 상황이 시작된 이후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 했다”며 “큰 희망을 품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만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또한 “러시아는 소중한 이웃 나라”라면서 “문화적인 교류를 계속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키에 여사를 볼쇼이극장에서 열리는 ‘곱사등이 망아지’ 발레 공연에 초대했고, 러시아의 최고급 세단인 ‘아우르스’ 리무진도 제공했다.
푸틴 대통령의 아키에 여사를 향한 이례적인 환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타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시히신문은 “서방으로부터 강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일본을 보다 자신의 편으로 가깝게 오게 만드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푸틴 대통령과 아키에 여사의 만남에 일본 정부는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30일 회견에서 “정부 차원에서 따로 코멘트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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