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자신의 ‘특별 공무원’ 활동 종료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생각에 잠겨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공약으로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 법안을 “역겨운 흉물(disgusting abomination)”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지난달까지 백악관 특별 고문을 지내며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누적된 불만을 터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3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미안하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다”며 감세 법안이 “거대하고, 터무니없고, 온갖 선심성 지출로 가득 찬 역겨운 흉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미 심각한 수준인 재정적자가 폭증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법안에 찬성한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당신들도 잘못된 일이었음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 시간) 자신의 X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감세 법안을 작심 비판했다. 사진 머스크 X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추켜세운 이 법안은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 및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행해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감세법의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차세대 미사일 방어 체계이자 미국판 ‘아이언 돔’이라 불리는 ‘골든 돔(golden dome)’과 관련된 지출도 포함됐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친환경 에너지 인센티브 등은 폐지하게 했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머스크의 발언은 법안에 대한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그간 누적된 좌절감이 폭발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로 나섰던 머스크는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백악관 특별 고문으로 연방정부 개혁에 앞장섰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자신이 원했던 요구사항 네 가지를 잇따라 거부하자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는 평가다. 한 소식통은 액시오스에 “머스크는 감정이 상했다(butthurt)”고 설명했다.
머스크의 첫 번째 ‘좌절’은 감세 법안에 담긴 전기차 세액 공제 축소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경영하는 머스크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최소 24만 달러를 로비에 투입하고 목소리를 냈으나 내용을 제외하는 데 실패했다. 또 그는 법률상 최대 130일까지인 무급 고문직의 임기 이상으로 활동 기한을 늘리려 했으나 백악관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국가 항공망에 도입하려다 실패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머스크는 스타링크를 미 연방항공청(FAA)의 국가 항공관제 시스템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기술적 한계와 이해충돌 우려 등으로 거절당했다. 마지막 결정타는 머스크가 추천한 기업인 재러드 아이작먼이 우주항공국(NASA) 국장으로 지명됐다가 지난달 31일 돌연 철회된 것이다. 백악관은 “아이작먼이 민주당 기부자라는 점에 공화당 상원 반대가 있었다”고 설명했으나, 머스크 측은 마지막 모욕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지난달 30일 머스크의 퇴임 기념 기자회견에서도 서로 호평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머스크의 ‘작심 비판’에 백악관도 내심 당황한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백악관은 머스크가 법안을 반대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공개적이고 강경한 발언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포함해 머스크와 대치해 왔던 민주당 인사들은 이례적으로 머스크의 발언에 동조하며 감세 법안을 비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안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입장은 변함없다.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