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속탄다…美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 축소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5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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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닉 상무 “美서 투자-생산 확실해야 지급”
삼성·SK, 바이든 약속한 보조금 아직 못받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AP 뉴시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도입한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미국에 투자한 각국 반도체 업체에 지급하기로 했던 보조금 등을 두고 일부 기업과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4일(현지 시간) 밝혔다. 협상 결과에 따라 일부 기업에 대한 보조금 축소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그간 이 법의 혜택을 받기 위해 대(對)미국 투자에 주력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미 약정한 보조금이 미국 현지 설비 투자금의 10~20%를 차지하는 만큼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 러트닉 “미국에 대한 투자와 생산 확실할 때만 자금 지원”

러트닉 장관은 이날 미 상원에 출석해 반도체법의 계약 조건을 충족한 각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현황을 질문받고 “다수의 계약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이) 너무 관대해 보인다”고 답했다.

그는 각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투자 및 생산 확대가 “확실히 이뤄질 때만 자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이는 미국의 이익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재협상이 미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특히 러트닉 장관은 “‘(기업들과) 재협상 중인가’라면, 그렇다. 확실히 그렇다”면서 “미국 납세자에게 더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를 거론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보다 외국 기업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TSMC가 미국에 60억 달러(약 8조1600억 원)를 투자하면 같은 액수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6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 1650억 달러(약 224조4000억 원)의 투자를 약속받는 쪽으로 계약을 수정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올 3월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36조 원)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것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반도체법 보조금 재협상의 일환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논평했다.

러트닉 장관은 앞서 올 1월 장관 인준 청문회 때도 ‘반도체법 등에 따른 보조금 계약을 이행하겠느냐’는 질문에 “단언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순 없다”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올 3월 “반도체법을 제거해야 한다”며 무작정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직격탄 우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약 50조3200억 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 12월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47억4500만 달러(약 6조4532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했지만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2022년 착공한 이 공장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가동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2632억 원)를 들여 반도체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보조금 4억5800만 달러(약 6229억 원)의 수령이 불투명해졌다.

조지아주 코빙턴에 반도체 유리기판 공장을 가동 중인 SKC의 자회사 앱솔릭스 또한 7500만 달러(약 1020억 원)의 보조금 중 4000만 달러(약 544억 원)만 지급받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공장) 건설은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 중”이라면서도 “(미국 공장 건설 및 가동에) 보조금 비중이 큰 만큼 재협상 향방에 따라 타격이 없을 수는 없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설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약속대로 보조금을 준다 해도 그 재협상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많은 추가 대미 투자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리 기업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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