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재집권 뒤 4번째 전화 통화를 한 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드론(무인기) 공격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한 보복을 예고했다는 의미다. 그간 미국이 중재에 나섰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취임 직후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을 신속히 해결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1시간 15분간 통화한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항공기 공격과 양측이 진행 중인 다양한 공격에 대해 논의했다”며 “좋은 대화였지만 즉각적인 평화로 이어질 대화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군기지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파괴된 러 군용기 1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폭발물로 무장한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의 벨라야 공군기지 등 다섯 곳을 타격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아 4일 활주로에서 새까맣게 불탄 채 세워진 러시아 군용 항공기. 아래 사진 속 4대의 항공기 중 3대가 피해를 봤다. 이르쿠츠크=AP 뉴시스
우크라이나는 1일 러시아 본토의 5개 공군기지를 드론 117대로 기습 공격해 Tu-95, Tu-22, A-50 등 전략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기 41대를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3일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의 수중 교각 받침대 일부를 TNT 폭탄으로 제거했다. 연이은 우크라이나의 기습 공격에 분노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만간 고강도 보복 공격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통화 내용을 두고 “휴전 희망이 희미해진 듯하다”고 진단했다. 또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대표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서방,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두려워한다고 믿으며, 이로 인해 자신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러시아 드론 격추에 사용할 수 있게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려 했던 지상 기반 로켓용 특수 퓨즈를 중동의 미 공군 부대로 배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 핵 문제도 논의했다. 그는 이날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음을 말했다고 소개한 뒤 “나는 우리가 동의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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