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자동차 번호판이 1989년 6월4일 발생한 톈안먼 항쟁 유혈진압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협박을 받은 차량 소유주가 결국 차량을 해외로 반출한 일이 벌어졌다.
5일 홍콩프리프레스(HKFP)에 따르면 앤서니 치우(39)는 톈안먼 항쟁 36주년인 지난 4일을 앞두고 ‘US8964’ 번호판이 부착된 포르쉐 차량을 해외로 보냈다. 해당 번호판으로 인해 가족들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협박과 괴롭힘을 당했기 때문이다.
앞서 치우는 2022년 6월4일 차를 몰고 홍콩 대표 번화가인 코즈웨이 베이를 찾았다가 처음으로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곳에는 2019년까지 매년 톈안먼 항쟁 희생자를 기리는 촛불집회가 열렸던 빅토리아 공원이 있다. 다만 그는 단순히 저녁 식사를 하러 들렀을 뿐, 이전까지는 번호판으로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2023년 6월 4일에는 경찰이 번호판이 양각으로 새겨졌고 브레이크를 튜닝했다는 이유로 치우의 차량을 압류했다. 이후에도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치우의 가족과 자택, 직장으로 차량 사진과 함께 그의 신상정보가 담긴 편지를 보내 “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사회 불안을 조장할 경우 선동죄로 처벌될 수 있다.
치우는 “나는 도로에서 합법적으로 운전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을 선동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이것이 지난 1년간의 괴롭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톈안먼 항쟁 36주년이 다가오면서 괴롭힘은 더욱 심각해졌다”면서 “나와 내 가족이 견디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차를 보내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쟁 36주년인 지난 4일에는 코즈웨이 베이에 장갑차를 비롯한 수백 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됐다. ‘6월4일의 재평가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람과 촛불이나 꽃을 든 사람 등 최소 10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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