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월당(해체 전, 일본) (국가유산청 제공)/ 뉴스1
조선시대 왕실 사당으로 추정되는 건물 ‘관월당(觀月堂)’이 약 100년 만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가유산청은 24일 “지난 23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 위치한 사찰 고덕원(高德院)과 협약을 맺고, 관월당을 해체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해체 작업은 한국과 일본의 전통건축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현재 건물 부재는 경기 파주에 위치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 일제강점기 도쿄→가마쿠라로… 사찰 기도처로 활용돼
관월당은 원래 서울에 있었던 건물로 추정된다.
일제강점기였던 1924년, 조선식산은행이 일본 금융인 스기노 기세이에게 증여한 뒤 도쿄로 옮겨졌고, 이후 1930년대에 가마쿠라의 고덕원으로 기증됐다.
고덕원에서는 이 건물을 관음보살을 모시는 기도 공간으로 사용해왔다.
■ 궁궐 양식 담긴 단청·기와… 왕실 ‘대군 사당’ 추정
건물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단층 목조 건물로, 내부에는 궁궐 양식의 기와 문양과 화려한 단청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건축 양식을 바탕으로 이 건물이 조선 후기, 왕족 중 ‘대군(大君)’급 인물을 위한 사당으로 건립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건립 시점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사이로 추정되며, 전체 구조와 장식에서 당시 왕실 건축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관월당은 일본으로 옮겨진 이후 일부 구조가 현지 방식으로 개조된 흔적도 발견됐다.
바닥을 지탱하는 기단부는 일본산 돌로 새로 쌓였고, 지붕과 후면 벽체 일부에도 일본식 자재와 기술이 사용됐다.
다만, 이 건물이 언제, 누구를 위해 지어졌는지, 또는 본래 명칭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체 과정에서도 관련 기록은 발견되지 않아, 정확한 유래와 용도를 밝히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관월당 3D 스캔 (국가유산청 제공)/ 뉴스1
■ “원래의 땅으로 돌아간 유산”… 日 주지, 비용 자비 부담
이번 귀환은 고덕원 주지 사토 다카오가 먼저 한국 측에 연락하며 시작됐다.
사토 주지는 “관월당은 원래 있었던 한국에서 보존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고, 해체 및 운송 비용 전액을 자비로 부담하며 기증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관월당 귀환은 한일 양국의 협력과 신뢰가 만든 뜻깊은 결과”라며 “광복 8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상징적”이라고 밝혔다.
사토 주지도 “한국과의 협업을 통해 관월당의 역사적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이제는 그 가치를 원래의 땅에서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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