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건물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돼 있다. 이달 13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무력 충돌을 이어가던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교전 12일 만에 휴전에 들어갔다. 테헤란=신화 뉴시스
이스라엘과 12일간 무력 충돌을 벌인 뒤 휴전에 들어간 이란이 내부 체제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치안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하면서 특히 분리독립 투쟁을 벌이는 소수 민족 쿠르드족에 압박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로이터 통신은 25일(현지 시간) 이란 인권단체 HRNA를 인용해 이스라엘과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란에서 정치 문제나 안보 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705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스라엘을 위해 스파이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란 국영 언론에 따르면 이 가운데 3명은 이미 24일 튀르키예 국경 인근의 우르미아 지역에서 처형됐다. 노르웨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쿠르드계 인권 단체 ‘헹가우’는 처형된 이들이 모두 쿠르드족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이처럼 쿠르드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수니파 무슬림인 이들이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에서 오랜 기간 반(反)정부 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교전으로 이란 내부가 혼란스러워진 사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조직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휴전 이후 전국적인 단속에 들어간 것.
로이터통신은 이란 고위 관리 3명을 인용해 당국이 국내 치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이란 군사 조직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 조직인 바시즈 민병대가 경계를 대폭 강화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이스라엘 요원과 쿠르드족 분리주의자, 반정부 단체인 이란인민무자헤딘기구(PMOI) 등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르드 분리독립 조직 ‘이란쿠르드민주당’(KDPI)의 리바즈 칼릴리는 13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지 사흘 만에 혁명수비대가 쿠르드족 거주지역의 학교 등지에 배치됐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용의자를 수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자유당(PJAK) 한 간부는 이스라엘 공습 이후 쿠르드족 거주지역에서 구금된 당원들이 5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다만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란에 반정부 시위를 촉발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과 달리, 아직 현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또 이란 정권이 불안한 내부 상황을 구실로 탄압에 나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란 내 인권 활동가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시위로 투옥됐던 테헤란의 한 인권 운동가는 당국에 소환돼 체포되거나 경고를 받은 사람이 수십명이라며 “지금은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